슬로우 라이프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안은호 | 2014 | Fiction | Color | DCP | 3min 39sec

SYNOPSIS

두 남녀가 오붓하게 산책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다. 남자는 자신의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철학을 여자에게 설파한다.

DIRECTING INTENTION

일상에서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이 영화는 시작한다. 내 자신도 선언하듯이 무엇을 하겠다 떠벌려 놓고서는 실제로 행동을 하게되면 무의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실수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고 나쁜 습관이 된다면 얼마나 사회 생활을 하는데 치명적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순간을 영화적인 시간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 보고 싶었다. 한 번쯤은 나도 저런적이 있었지, 라는 그런 공감의 순간을 공유해 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안은호

안은호

STAFF

연출 안은호
총괄제작 이숙경
제작 안은호
각본 안은호
촬영 김태수
편집 김태수, 안은호
연출부 형준석, 박동성
스크립터 노진희
동시녹음 이지혜
출연 허정도, 한주원

PROGRAM NOTE

두 남녀가 한가로이 산책길을 거닌다. 남자는 최근에 무언가 강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게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호흡대로 느리게 살아가기. 한 권의 책을 통해서 감명받은 그는 벤야민의 만보자(漫步者)와 같은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여자에게 설파한다. 남자는 자신의 이 멋진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고 그로 인해 걸음은 빨라진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 앎과 실천의 괴리에 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지식, 기술, 예술 등 모든 것들이 오로지 자본과 환전되는 교환가치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오늘 날 이 촌철살인의 단편영화는 날카롭게 우리의 뒷통수를 때린다.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정치인, 산학협력에 등떠밀려서, 혹은 업체의 로비에 넘어가 맞춤형 지식을 내어놓는 교수, 경전의 근사한 말을 미끼로 신도들을 낚는 데에만 혈안이 된 종교인 등 이 영화의 주인공과 같이 행동과는 유리된 채 말들만을 앞세우는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식은 행동을 수반한 깨달음이 아니라 이미 부를 위한 수단이자 이미 물화된 상품일 뿐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새삼 씁쓸하게 만든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드러내서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기능 중 하나라고 한다면, <슬로우 라이프>는 내용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장훈/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