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개월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장편 쇼케이스

남궁선 | 2020 | Fiction | Color | DCP | 95min 32sec (E)

SYNOPSIS

폭염이 몰려드는 여름, 20대 후반의 개발자 미래는 속이 안 좋다. 만성 숙취를 의심하던 미래는, 자신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당황한다.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출산이라는 문제 앞에서 미래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가족과 연인과 국가는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흘러간다.

DIRECTING INTENTION

출산은 흔한 일이다. 정상 사회 안의 정상적인 일로, 국가와 가정에서 장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에 뛰어드는 순간, 이면 계약이라도 작성한 듯 비정상적인 일들이 개인에게 몰아친다. 개인이 이상한 걸까, 세상이 이상한 걸까? 영화 <십개월>은 이전 세대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젊은이들이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겪게 되는 여정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에서 출산을 앞둔 한 여성의 성장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담아내고자 했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주인공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지 않고 지켜보는 방식을 통해 얼핏 흔해 보이지만 정작 스크린에는 담긴 적 없었던 임신의 여정을 담고자 했다. 지금까지 사회나 매체에서 보여 준 것보다 더 복잡한 임신의 경험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야기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영화가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남궁선

남궁선

2007 세상의 끝 

2009 최악의 친구들 
2019 여담들 

 

STAFF

연출 남궁선
제작 최달아
각본 남궁선
촬영 정용현
편집 손연지
조명 최승혁
음악 남궁선, 모임 별
미술 김소영
출연 최성은, 서영주, 유이든, 백현진

PROGRAM NOTE

왜 주인공 이름이 미래일까. 스물아홉 살 게임 개발자인 그녀의 앞길은 창창하니까. 그녀는 애인도 있고 재능도 있고 가족도 있고 희망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임신을 하고 만다.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던 시간은 뱃속에 생긴 생명체가 자라나면서 점점 과거가 되고, 개월 수를 지나며 부풀어 오르는 배가 그녀의 미래가 된다. 이제 더 이상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지 못한다. 그녀의 앞길에 놓인 건 돼지라고 비웃는 초딩의 조롱과, 영혼을 갈아 넣어 이륙시킨 직장에서의 원망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을 허락받아야 하는 현재만 있을 뿐이다.
<십개월>은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 주인공 미래가 38주 동안 겪게 되는 기이하고 낯설고 공포스러운 경험들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날카롭게 펼쳐 놓는다. 영화 초중반은 무지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무겁지 않은 미래처럼, 관객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을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임신은 현실이 되고, 주인공 미래에게 벌어지는 현실은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묵직함을 안긴다. <십개월>은 언제나 주변에서 만날 수 있지만 거의 얘기되지 않았던 임신부의 여정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다. 남궁선 감독 특유의 유머와 연출력이 배우들의 매력과 만나 빛을 발한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주인공의 앞날이 부디 ‘미래’이길 바라 본다.

신아가 / 서울독립영화제2020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