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2-견적見跡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이지상 | 2005 | Documentary, Fiction | DV | Color | 36min | 우수작품상

SYNOPSIS

10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이지상은 2003년 불현듯 귀농을 했고, 소를 찾는 열개의 그림 <십우도> 중 첫 번째 그림인 ‘심우 - 소를 찾아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영화는 ‘소의 자취를 본’ 두 번째 그림이다. “뇌정산 산자락에 사는 나는 그녀 혹은 그가 오길 기다린다. 그이는 편지로 내게 소식을 보내온다. 이사 갔다는 소식, 삶에 대한 단상, 그리고 아프다는...그이를 기다리며 난 벼를 베고 감을 따며 대추를 줍고 농사일을 한다. 산자락 쓰러져 가는 암자 앞에 무릎 꿇고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한다. 암자 안 선사는 아무 말하지 않는다. 그이가 오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의 일기를 연출하고, 프레임 안에는 제 몸의 일부를 담는다. ‘그이’에게서 온 편지는 인간의 가장 단순한 마음에 말을 건넨다.

DIRECTING INTENTION

소를 찾아 떠났다.
물안개로 에워싸인 조그만 길, 소가 지나간 모양이다.
희미하게 발자국이 나 있다.
발자국을 본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그저 나도 다른 이들도 물안개에 싸여 어슴푸레 살아갔으면 할 뿐.

FESTIVAL & AWARDS

2005 인디포럼

DIRECTOR
이지상

이지상

1998 <탈순정지대>
1998 <둘 하나 섹스>
1999 <돈오>
2000 <그녀 이야기>
2002 <원적외선 (<사자성어> 중)>
2004 <십우도1. 심우-소를 찾아서>

STAFF

연출 이지상
제작 김일권
편집 이지상
출연 이지상, 임덕배

PROGRAM NOTE

이지상 감독의 <십우도 2 - 견적>은 영화의 주인공인 감독 자신이 가을 한 때의 농촌을 배경하여 수확, 열매를 따는 모습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고 있는 영화다. 전작에 비해 인간의 목소리는 거의 배제된 묵언의 수행자처럼 절제되어 있고, 오히려 주변의 자연과 교감하는 소리 - 감을 먹는 소리나 열매를 수확하는 소리 등 -가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서사와 이미지는 오히려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십우도’라는 영화제목에서 밝혀 듯이 견적 - 소의 자취를 발견한 동자승의 심란함이 영화에 활자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점이다.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디를 지향하는 지 나타내는 지점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인 ‘십우도’를 중심으로 풀이해보자면 감독인 주인공이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향한 그것을 시작이라고 보면, <십우도 2 - 견적>은 귀농한 그곳에서 작은 가능성을 발견 -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심란한 마음은 대도시로 나가는 읍내의 한밤중 풍경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대상과 교감하는 활자화는 <십우도 2 -견적>을 불균질적인 텍스트로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심코 찾아간 어느 사찰에서 본 십우도처럼.  

김화범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