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크의 전설: 주인공과 요정과 사악한 용

단편 쇼케이스

정혁기 | 2022 | Fiction | Color | DCP | 22min (E) World Premiere

SYNOPSIS

먼 옛날 아누크가 위험에 빠졌을 때 전설의 용사가 아누크를 구했다. 그 후 아누크가 위험에 빠지면 전설의 용사가 아누크를 구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DIRECTING INTENTION

친구들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DIRECTOR
정혁기

정혁기

2012 아누크의 전설: 죽은 자를 위한 노래
2014 뎀프시롤: 참회록
2019 판소리 복서

STAFF

연출 정혁기
제작 여영은
각본 정혁기
촬영 정혁기
편집 정혁기
아트디렉터 정민진
음악 마이클 최
사운드디자인 고태현
의상 여영은, 하미아, 손선희, 정환조
번역 박연수
출연 강태우, 이혜아, 정수지, 여영은, 류연수, 브노아 디 파스칼

PROGRAM NOTE

낯설고 이상한 세계에는 그에 상응하는 태도와 문법이 있다. <아누크의 전설: 주인공과 요정과 사악한 용>은 영웅이 등장해 무너져 가는 세계를 구한다는 오래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실연을 겪은 주인공은 사악한 용을 물리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탁을 받는다. 사랑의 감정을 지우겠다는 일념으로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고, 위대한 스승을 찾아 훈련한 주인공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용과 대적한다. 변수는 용사와 여정을 함께하는 다정하고 용기 있는 요정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태도는 주성치 영화와 닮아 있다. 주인공은 일상적 기대에 반하여 쉽게 포기하거나 반대로 간단히 순응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후회와 깨달음으로 점철되는 이야기 전개 방식, 과장된 표정과 몸짓, 독특한 소품들도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주성치식 문법은 이 영화가 향해 가고 있는 대사를 암시한다.
지난 사랑의 자국이 주인공의 소망처럼 지워질 수는 없다. 대신 인간사 가장 괴로운 후회를 거쳐 마주한 깨달음이 있다. 용사는 안온하던 세상이 모조리 파괴된다고 해도 지켜야 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중경삼림>에서 출발해서 <서유기-선리기연>과 <아누크의 전설>을 거쳐 이 영화에 도달한 “사랑의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다”는 대사는 여전히 진심이다. 수많은 영화에서 무수한 입으로 반복된 저 문장은 어떤 사랑과 전설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고백이자 약속이 된다.

김민범 / 서울독립영화제2022 데일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