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크의 전설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정원식 | 2012 | Fiction | Color | HD | 13min 36sec

SYNOPSIS

아누크에서는 전설의 용사가 나타나 아누크를 구할 것이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DIRECTING INTENTION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정원식

정원식

STAFF

연출 정원식
제작 임승진
각본 정원식
촬영 김상범
편집 정원식
조명 최아름
음악 한정원
연출부 성다솜
출연 조현철, 엄하늘, 박진수, 이태안

PROGRAM NOTE

웃자고 하는 이야기. 가상의 시공간 ‘아누크’에는 전설의 용사가 나타나 위험에 처한 마을을 구하리라는 얘기가 전해 온다. 괴물과 역병이 창궐해 아누크가 위기에 직면하자, 난리 와중에 어머니를 잃은 현철은 절대반지를 찾는 프로도처럼 용사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와 동행한 야옹이는 노정에서 무투가를 만나 진실한 사랑을 느끼지만, <놈놈놈>의 모닥불 신을 연상케 하는 밤 장면에서 마른 벼락을 맞아 죽는다. 손에 쥔 찐만두를 터뜨리며 울분을 토하던 무투가와, 충격으로 입이 비뚤어진 현철은 역경을 헤치고 마침내 진실의 숲에서 전설의 용사를 만난다. 그러나 아누크의 평화를 깬 당사자가 바로 전설의 용사였음을 안 무투가는 그에 대항하다 피를 토하며 개죽음 당한다. 분노하는 현철에게 전설의 용사는, 용과 싸우다 잃은 사랑을 살리기 위해 아누크의 균형을 깼다 한다. “내 사랑의 기한을 만 년으로 하겠다.”는 말을 남긴 용사는 세상을 멸망시키고 자신도 돌이 되어 버린다. 만 년 뒤, 고궁 답사 중 돌이 된 용사와 마주친 현철은 버짐 핀 얼굴로 그를 멍하니 바라본다.
<서유기-선리기연>의 대사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주성치에게 양껏 경의를 표하는 이 영화. 원색으로 도배한 배경, 난무하는 자막과 피, 의도적인 조악함이 두드러지는 시각 효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 감독들의 연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배를 잡고 미친 듯 웃고 나면, 웃자고만 하는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현듯 사로잡히게 된다. 웃음이야말로 억압에 대항하는 가장 힘센 무기일진대, 이만큼 강력한 웃음이 필요한 억압이 도래했는가? 지금, 여기, 아누크에? 혹, 아누크는 KNUA(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문 약칭)를 거꾸로 쓴 게 아닌가? 그곳의 전설이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의 공백 속에는 무엇이 똬리 틀고 있을까? 이것도 찐만두 속 터지는 소리인가?

신은실/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