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엘리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초청

김동령 | 2008ⅠDocumentaryⅠColorⅠDVⅠ90min

SYNOPSIS

기지촌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아메리칸 앨리’는 기지촌의 새로운 이름으로, 이곳에는 더 이상 ‘달러벌이의 역군’이라 불리던 양공주는 없다. 다만 나이든 할머니들과 필리핀, 러시아에서 온 ‘엔터테이너’들이 살고 있을 뿐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아메리칸 앨리에서 미군은 언제나 왔다가 떠나는 존재였다. 따라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한다. 어떤 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하고 또 출산을 하기도 하며, 이혼을 경험하고, 추방당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하게 되는 이 놀라운 사건들은 여성들이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잠을 자고, 끝없이 버스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속에서 전개된다.

DIRECTING INTENTION

기지촌의 시간은 반세기 넘도록 멈춰져 있다. 혹은 반복되고 있다. 같은 공간이지만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듯한 나이든 한국여성들과 새롭게 이주해 온 러시아, 필리핀 여성들의 삶은 마치 숙명처럼 닮아 있다. 영화는 이 곳 아메리칸 앨리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양한 욕망과 삶의 결을 드러내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2008)

DIRECTOR
김동령

김동령

  

2004, <로스트 앤 파운드>
200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2008, <아메리칸 앨리>
STAFF

연출 : 김동령
각본 : 김동령
편집 : 김동령, 박경태

PROGRAM NOTE

한때 미군을 상대로 외화벌이를 위한 성매매의 중심가였던 동두천은 이제는 쇠락한 도시일 뿐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특히 어떤 여성들이 살아가는 것인가를 영화는 말한다.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같은 별다른 감독의 개입 없이, 촬영된 화면 위로 간간이 자막이 삽입되는 정도로만 영화는 이곳의 여성들, 이제는 떠나간 한국의 여성 대신 주류로 자리 잡은 러시아와 필리핀 등 이주노동자 여성의 삶을 설명한다. 이들은 춥고 누추한 집에서 겨울을 보내지만 자신의 삶이 싫지 않다는 듯 담담히 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아간다.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도 조용하지만 영화는 결코 담담할 수가 없다. 그들의 삶이 우리에겐 너무나 극적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한국의 모습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그들의 낯선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관객에게 보여준다. 성매매를 하고, 성폭행을 피해서 도망치고, 아이를 낳지만 남편에게 빼앗기고, 찾아올 남편을 피해 도망가는 이들은 미군과 결혼을 해서 일을 그만두는 것을 원하지만 결혼을 하더라도 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족도 연고지도 없고 더 이상 갈 곳도 없어 홀로 지내는 늙은 한국 여성과, 막 한국으로 들어와 성매매를 하고 있는 젊은 외국 여성을 영화는 번갈아 보여주면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삶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비극을 드러낸다.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를 그대로 제시하기 보다는 성매매 여성 개개인의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로 관객이 관심을 넓히기를 원하고 있다. ‘아메리칸 앨리’는 ‘미국의 뒷골목’이라는 뜻이라지만, 그곳은 사실 한국의 뒷골목이다.

김이환/독립영화 칼럼리스트, 판타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