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이나연 | 2018 | Fiction | Color | DCP | 28min 40sec (E)

SYNOPSIS

한 해의 마지막, 삼남매는 함께 살았던 집에서 엄마 옷을 입고 김장을 담근다.

DIRECTING INTENTION

어미새는 둥지를 떠나기 전에 아기새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고 간다고 해요.
둥지에 남겨진 삼남매가 새 출발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나연

이나연

2008 <작용, 반작용>

2012 <구덕휘 무서워서>

2016 <, 함께하는>

2017 <쓰리룸>

 

 

STAFF

연출 이나연
각본 이나연, 조민재
촬영 조민재
편집 이나연
음악 이민휘
미술 박사랑
출연 신지이, 손정윤, 함상훈

PROGRAM NOTE

지혜, 지훈, 지윤 삼 남매는 한데 모여 마당에서 김치를 담근다. 막내 지윤은 언니 지혜가 버무린 김장 소를 맛보고는 “엄마가 담갔던 김치 맛이 난다”고 신기해한다. 그럼 엄마는 어디에?
엄마는 지금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지내고 있다. 김장이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행위인 것처럼 삼 남매는 지금 엄마 없는 삶, 그러니까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그때 지윤이 지혜와 지훈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이런 물음이 나온 연유가 있다. 삼 남매가 엄마와 살았던 집 앞의 폐허 같은 공터에 꽃이 핀 걸 두고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메마른 땅에 식물이 나길 기대하지 않듯, 아프리카에서 배추가 나는 걸 생각조차 못하듯 영화는 우회하여 엄마의 보살핌 없는 삼 남매의 삶이 가능한지를 살핀다. 마당에 난 작은 나무를 살펴보고 집 안으로 들어온 지윤은 지혜에게 가지를 부러뜨려 부러진 표면에 물기가 있으면 나무가 살아있는 거라고 설명한다. 엄마와 분리된 삼 남매의 사정이 부러진 가지라면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김살 없이 잘 살아가는 지혜와 지훈과 지윤의 현재는 물기 머금은 표면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새해를 하루 앞둔 한 해의 마지막 날, 김치가 든 김장 통을 하나씩 손에 들고 각자의 삶의 장소로 떠나는 이들의 모습에서 흐뭇한 미래가 읽힌다. 저 먼 부르키나파 소에 있는 엄마의 응원가가 아프리카 민속 음악과 춤처럼 들리는 듯하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