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의 사루비아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장나리 | 2020 | Animation | Color | DCP | 6min 39sec (N)

SYNOPSIS

9살 소녀 누구가 사는 동네에는 아이 옆에서 에로 비디오를 보는 아빠, 초등학교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노인이 살고 있다. 어느 날 누구는 슈퍼에서 과자를 훔치다 주인 아줌마에게 들킨다. 누구는 손에 쥐고 있던 사탕 값 100원을 내고 도망치듯 가게를 나온다.

DIRECTING INTENTION

자신의 죄를 마주한 아이를 통해 죄와 벌, 삶과 죽음, 욕망과 수치, 그리고 불확실성 사이에서의 혼란을 그리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회 페이나키베이징애니메이션위크
2020 제1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2020 제16회 인디애니페스트
2020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DIRECTOR
장나리

장나리

 

2011 반짝반짝
2012 홈 스윗 홈 
2016 아버지의 방
2017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2017 검은 악어

 

STAFF

연출 장나리
제작 장나리
각본 장나리
편집 장나리
음악 김동욱
출연 이한나

PROGRAM NOTE

저 복잡한 아홉 살 누구의 마음. 남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저들의 욕망만 선연하게 새길 뿐이다. 부끄러움 없는 저들의 욕망은 도처에 공기처럼 퍼져 있다. 그건 아주 불쾌하고 불편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만들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이상하게 간지럽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간지러운 마음은 절로 홀로 있게 만들고, 복잡한 마음은 사루비아를 한 움큼 따서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 채 바지 주머니에 넣게 할 뿐이다. 이상하고 허기진 마음은 뭔가를 계속 움켜쥐게 만든다. 누구는 누구의 손이(몸이) 낯익게 낯설다. 뭔가를 움켜쥐려고 할 때마다 호주머니 속 사루비아가 사그락 거린다. 세상은 비밀이고 누구도 누구의 비밀을 쌓아 나간다. 들켜 버린 마음은 결국 호주머니 속 사루비아를 꺼내게 만들고 누구는 얼굴이 빨개진다. 그건 누구의 부끄러움일까. 사루비아는 이제 호주머니에 없다. 누구는 누구를 통해 부끄러움을 배우고 그 검은 마음은 바닥을 알 수 없는 검은 구멍을 만들고, 때로 쓰러지게도 하지만 누구는 곧잘 일어나 그 안에서 새로운 희열을 만든다. 시종일관 스산했던 세상이 고요해지고 누구는 나지막이 친구를 부른다. 그리고 나란히 걸으며 그 희열을 나눈다. 저 복잡한 아홉 살의 마음. 뚜렷한 언어로 설명되지 못해도 촉감으로 온전히 전달되는 누구의 마음.

안보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