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누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지혜원 | 2018 | Documentary | Color | MOV | 89min 42sec (K,E)

SYNOPSIS

네팔인 미누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18년을 살았던 이주노동자 출신이다.
한국말이 유창하고 노래솜씨가 훌륭했던 그는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을 결성하고 보컬을 맡아 활동한다. 이주노동자 인권운동은 물론이고, 한국의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사회운동을 하던 미누는 2009년 표적단속에 걸려 강제추방당한다. 네팔로 돌아간 후 사회적 기업가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한국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던 미누에게 뜻밖의 한국 방문 기회가 주어진다.
서울 핸드메이드 국제박람회에 네팔 대표로 초대되어 네팔의 수공예품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 강제추방당한 전력 때문에 비자 발급이 거부당할까봐 노심초사하는데, 무사히 비자가 발급되고 강제추방당한지 8년 만에 미누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한 미누는 입국을 금지당한 채 네팔로 돌아가게 되고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미누를 위한 공연을 준비한다.

DIRECTING INTENTION

인생의 황금기인 20대와 30대를 온전히 타국에서 살았던 사람에게 고향과 조국은 어떤 의미일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대한민국에서 18년을 살다가 강제추방당한 미누는 조국인 네팔이 낯설다.
문뜩문뜩 한국어가 튀어나오고 식탁에 김치가 없으면 서운하다는 그는 네팔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그의 말대로 ‘희한한 사람’이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후, 한국은 현재 이주노동자 60만 명의 시대를 맞았다.
네팔에서만 한해 6천 여명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땅을 밟는다.
미누를 아는 한국인들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미누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겁니다..”라고…
전 세계가 ‘자국민 우선주의’, 반이민자 정책’, ‘난민 혐오’의 광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타국에서 피눈물 나는 삶의 무게를 감내하면서도 건강한 사회운동가로 성장했던 미누의 노래가 전 세계 이주민들에게 위로가 되길 희망한다.

FESTIVAL & AWARDS

2018년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DIRECTOR
지혜원

지혜원

2015 <엄마와 클라리넷>

2016 <바나나쏭의 기적>

 

STAFF

연출 지혜원
제작 송우용, 김선아
조연출 김유리
촬영 강상우, 송우용, 원성덕
편집 지혜원, 배원정, 고동선
음악 송준석
출연 미노드 목탄

PROGRAM NOTE

2004년에 발매된 ‘노동의 새벽’이라는 앨범이 있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시집 출간 20주년에 맞춰 시를 노랫말로 하고 한대수, 신해철, 싸이, 윤도현 밴드 등이 곡을 붙여 만든 앨범이다.
그 목록에 낯선 밴드가 하나가 들어있다. 앨범의 7번째 곡 <손무덤>을 만든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밴드다. 스탑크랙다운의 보컬이자 문화활동가인 미누노 목탄, <안녕, 미누>의 주인공 미누. 1992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21살의 그는 목포 봉제공장, 가스 밸브 공장, 식당 등지에서 일하며 “나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2003년 정부의 대대적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추방으로 열흘 만에 이주노동자 1,233명이 연행되고 606명이 강제 추방된다. 그리고 추방의 공포와 절망으로 이주노동자가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나를 보고, 우리는 너무 고달파, 네가 우리의 삶을 알려줘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미누는 ‘스탑크랙다운’ 밴드를 결성하고, 이주노동자 방송(MWTV)을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되어준다. 그는 한국의 노동자와 연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18년을 네팔에 한번 방문하지 못하고 한국을 고국처럼 살아온 그를 이명박 정부는 표적 단속하고 보름 만에 추방 한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가 촛불집회 등 정치 활동에 가담했다”는 궁색한 이유를 내놓았다.
영화 <안녕, 미누>는 18년의 시간을 보낸 한국에 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의 네팔에서의 삶의 여정을 따라간다. ‘목포의 눈물’을 한국인의 정서로 누구보다 구성지게 부르는 미누, 네팔의 노동자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미누, 누가 미누를 규정할 수 있을까.
영화에는 그러한 질문들이 사려 깊게 녹아있다. 이제 만날 수 없는 미누의 얼굴을, <안녕, 미누> 를 통해 찬찬히 오래도록 바라보길, 우리에게 미누가, 미누가 노래해줄 것이다.

안보영 /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