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쌀쌀한 보름밤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김태엽 | 2010|Fiction|Color|HD|9min26sec

SYNOPSIS

어느 쌀쌀한 보름밤에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

DIRECTING INTENTION

반가운 첫만남.

FESTIVAL & AWARDS

2011 제5회 상상마당 대단한단편영화제/KT&G금관상

DIRECTOR
김태엽

김태엽

2009 <에어리언 블루스>

2010 <어느 쌀쌀한 보름밤>

2010 <세운상가 블루스>

2011 <순환선 퇴고> 

STAFF

연출 김태엽
제작 정슬기
각본 한지혜
촬영 민규식
편집 정병진
음악 dub, 정아랑
출연 허정도, 권혁미, dub, 박지홍
조연출 이전훈
스크립터 이혜인
동시녹음 김정인
붐오퍼레이터 주재형, 정한진, 이성배
메이크업 김지원
의상 권혁미

PROGRAM NOTE

어쩌다 처음 만난 두 남녀가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걷게 된다. 익숙한 불안감이 튀어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내 쫓고 쫓기거나 위태로운 비명이 들릴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어느 쌀쌀한 보름밤>은, 장르를 무장해제한 자리에 고독한 작가만 남는 게 아님을 증명하는 영화다. 길과 사람으로부터 이야기가 나온다는 믿음에서 출발해 우연한 동행자에게 벌어지는 기분 좋은 로맨스에 도달한다. 두 인물의 주머니는 가볍고, 날씨는 뺨이 발갛게 얼 정도로 쌀쌀하다. 자칫 야박한 인간의 얼굴이 삐져나올 경우 영화는 옹색한 행색을 띌 형국이다. <어느 쌀쌀한 보름밤>은 빤한 설정을 살짝 비틀어본다. 길을 가다 접하는 갖가지 소재들이 어색한 순간을 벗어나게 해줄 핑계를 제공하고, 그때마다 남자와 여자는 예기치 않은 대사를 내뱉는다. 다행히 영화는 별나라로 떠날 정도로 무모하지 않으며, 큰 욕심에 이야기를 이리저리 확장하지도 않는다. 과일가게에서 빈 박스를 훔쳐 들고 도주하다 돌아와 용서를 구하는 장면에서 보듯, 길 위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워 담을 뿐이다. 일상의 선을 넘지 않는 전개는 주변의 것들을 재발견하는 기쁨마저 제공한다. 차가운 겨울빛 아래 도시라고 하면 곧장 떠오르는 것들에서 멀리 떨어져, 우리가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사는 도시에는 아직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이명세의 영화 이후 참 오랜만에 만나는 골목길 연애담이다. 어느 보름밤, 남자는 야수의 꿈을 꾸는 대신 짧은 연인이 되었다.

이용철 / 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