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것들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장편)

김경묵 | 2005 | Documentary, Fiction | DV | Color | Color | 64min 30sec | 독불장군상

SYNOPSIS

민수는 아저씨를 만나고 헤어진다.
나와 그에게는 얼굴이 없다.

DIRECTING INTENTION

세상이 역겹기만 했던 한때의 난 은밀하게 낯선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만남은 일기장에 비디오 카메라에 혹은 기억의 잔영 사이에 남겨져 있다. 몰래카메라와도 같은 시선 혹은 포르노그래픽한 재현 속에 소비되는 그들의 존재와 (프레임 안 밖의) 나는 무너져가는 삶과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10대를 지나 돌이켜보니 그때 내가 그들에 관한 기록을 남겼던 것은 낮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들의 숨겨진 얼굴에서부터 끝없이 추락하는 자신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경묵

김경묵

2004 <나와 인형놀이>

STAFF

연출 김경묵
제작 어디에도 없는 영화
각본 김경묵
촬영 김아람
편집 김경묵
조명 김아람
색보정 이선화
음향 김경묵
음악 이민희
출연 김진후, 김종철

PROGRAM NOTE

지난해 <나와 인형놀이>라는 도발적인 데뷔작으로 등장했던 김경묵 감독이 이번에는 <얼굴없는 것들>이라는 한층 경악스런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전작이 그랬듯이 이 영화 역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싸움을 걸기 위해 만든 영화이다. 도대체 이 젊은 감독으로 하여금 이토록 용감하게, 혹은 무모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충분히 예측 가능한 관객의 격렬한 혐오와 저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 감독을 단련시켜준 것은 부끄럽게도 감독에게 철저히 얼굴 없는 존재로 살아가도록 강요해 온 이 사회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순간부터 시작된 자신에 대한 의문, 사회에 대한 의문으로 점철된 삶 자체가 고통이라면, 한편의 영화를 향해 날아오는 저주와 비난쯤이야 어지간한 돌팔매질에 면역이 되어있을 그에게는 그다지 두려운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저 그는 자신이 의심해온 것들,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카메라를 대고 한바탕 똥을 싸고 실컷 조롱해주는 것만으로 만족해 하는지도 모르겠다(물론 그 자체가 거대한 싸움이겠지만). 두 개의 ‘원 씬-원 시퀀스’로 이루어진 이 극/다큐멘터리에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메라를 든 감독의 모습은 그가 자신과 게이 커뮤니티, 그리고 주류사회를 향해 본격적으로 말 걸기 시작했음을 알린다. 카메라를 정면 응시하는 감독의 얼굴에는 세상의 저주에 달관한 존재의 의지, 더 이상 얼굴 없는 존재로 살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읽힌다. 이 다음 번에 그는 또 어떤 폭탄을 들고 나타날까? 궁금하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