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공의 밤

새로운선택 장편

김건희 | 2023 | Documentary | Color+B/W | DCP | 99min (E)

TIME TABLE
12.1(금) 20:00-21:39 CGV압구정(본관) 3관 E, GV, 12
12.4(월) 13:10-14:49 CGV압구정(신관) ART1관 E, 12
12.6(수) 17:50-19:29 CGV압구정(본관) 2관 E, GV, 12
SYNOPSIS

이 이야기는 100년 전, 식민지 시기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이 사진을 통해 영등포에서 오래전 수많은 여성이 공장에서 일했으며, 1938년 총동원법 이후로, 전쟁을 위해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와서 공장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농촌의 여성들이 ‘모집’에 의해 열차를 타고 도시 ‘영등포’에 도착했다. 전쟁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위해 여성들은 강제로 살고 있던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많은 이들이 16세 이하 어린 여성들이었다. 불안을 안고 고향을 떠나 기차를 탔다. 고향을 떠나오며 기차에서 바라본 차창 밖 풍경은 여성들의 일생에 깊은 파장을 남겼다. 영등포에 도착한 여성들은 초과 근무가 허다했고, 방직공장의 뿌연 먼지로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고된 일을 견디지 못해 공장을 나와 도망치면 다시금 붙잡혀 왔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쓰레기를 뒤져 먹는 날이 반복됐다. 일하다 죽으면 시체는 몰래 버려지고, 새로운 어린 여공들로 대체되었다. 이후, 해방되고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 폐허가 된 영등포에는 먹고살기 위해 다른 여성들이 농촌에서 올라와 공장을 채우기 시작한다. 이후에 영등포는 여러 변화를 겪으며, 이들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DIRECTING INTENTION

영등포에 오래 살았던 나에게 영등포는 알 수 없는 이질적인 공간들이 얽혀 있는 불안과 위화감의 공간이다. 그러한 감각 속에서 나는 한 사진으로부터 많은 여성이 영등포 공장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공장 담을 넘어 흘러나오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등포 공간의 단절을 이해하고 이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건희

김건희

2016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2017 당산
2018 다행히 나를 아무도 모른다

STAFF

연출 김건희
제작 송원재, 정수은
촬영 이세연, 이준희, 이솜이, 이인규, 김형철, 서지우, 이재환, 정민영
편집 김건희, 박소현

PROGRAM NOTE

감독 김건희는 자신이 나고 자란 서울 영등포의 풍경을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그곳은 작가에게 태초의 공간, 수수께끼 같은 역사의 현장, 비가시적 존재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미지, 세월의 단층과 시간의 혼종이 동시 발생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여성 노동자가 영등포의 방직공장으로 강제 동원됐다. 일명 여공들. 우리는 그녀들에 관해 알지 못한다.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한 채 익명으로, 그저 무수한 얼굴의 무의미한 일부로만 남아 있는 여공들은 역사의 어렴풋한 흔적과 얼룩일 뿐이다. 해방 이후, 영등포의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미군 부대가 들어섰고 앞선 여공들의 자리는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또 다른 여성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물론, 뒤따른 여공들에 관해서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여공의 밤>은 이 지워지고 가려진 여성들의 역사를 수면 위로 건져 올리고 싶다. 당사자들의 구술 인터뷰, 다양한 아카이브 영상과 사진, 인용되고 발췌된 텍스트, 자막으로 전해지는 작가의 전언까지. 여기에 더해 영화는 서서히 현재의 영등포의 풍경으로 시선을 옮긴다. 모텔촌과 골목, 철물점과 기계공구 상가가 모여 있는 시장, 낡은 주택단지, 그와 대조되는 거대한 복합쇼핑센터. 이 모든 게 영등포이고 <여공의 밤>이다. 유실되고 잊힌 누군가의 지난 삶, 기억, 영화가 기나긴 세월을 관통해 다시 만나 살아난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