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를 위하여!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반소현 | 2008ⅠFictionⅠColorⅠHDⅠ19min 10sec

SYNOPSIS

여로는 3살 때 프랑스로 입양됐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녀는, 배우 지망생이다. 여로는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 방송국과 접촉해 공개 구인을 한다. 방송국을 통해 접촉이 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홀로 한국에 온 여로.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방송국 관계자 최PD와 카메라-맨 뿐이다. 그들과 함께 다시 길에 오르는 여로.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세 사람이 그 길 위에 있다.

DIRECTING INTENTION

‘여로’와 두 사람, 그리고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여로를 위하여!

FESTIVAL & AWARDS

2008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2008 서울국제영화제

DIRECTOR
반소현

반소현

2004 <나는 너를 모른다>

2005 <작별>

STAFF

연출 반소현
각본 반소현
편집 반소현
프로듀서 정하린
조연출 윤재원
촬영 김지훈
조명 송현석
믹싱 김은웅
녹음 이승민, 이덕찬
출연 김원정, 손철민, 김경식

PROGRAM NOTE

여로는 세 살 때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27세의 여성이다. 그녀의 인터뷰 화면은 프랑스의 양부모님이 잘 대해주었지만 적응하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2년 전에는 연기를 위해 미국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제 그녀는 해외 입양아와 한국의 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빨간 캐리어를 끌고 화사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공항에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서 구김살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어설픈 방송국 직원들의 실수로 일은 꼬여가고 급기야 기름이 떨어진 차가 도로 갓길에 멈춰 섰을 때 그녀는 빨간 캐리어를 움켜쥐고 그곳을 벗어나려 한다. 도망가려는 여로와 그녀의 빨간 가방을 움켜쥔 채 그녀를 붙잡으려는 방송국 직원들 사이의 실랑이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우스꽝스럽다. “let me go!”가 아닌 “let it go!”라고 외치면서 안쓰럽게 부여잡는 그녀의 빨간 캐리어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영화는 모호한 어조로 부질없는 희망과 기대감을 안고 살아가는 삶의 공허함, 혹은 텅 빈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중 오디션 화면에서 여로가 연기하는 인물의 심리는 우회적으로 그녀 자신의 심정을 대변한다. “I can do it /I do believe”에서 “I'm leaving! I don't believe it”까지 극단으로 변해가는 그녀의 말에 담겨있듯이 불안하기 짝이 없는 희망과 기대는 예상 가능한 절망과 불신, 좌절로 파괴된다. 그 황량한 풍경을 코믹한 어조 속에 담아내면서 영화는 묘한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킨다.


맹수진/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