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부지영 | 2018 | Fiction | Color | DCP | 39min

SYNOPSIS

정은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증상이 심해져 6.25때 헤어진 여동생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거나 전화통화를 하겠다고 조르는 것이 당혹스럽다.
한편 정은은 우연히 북한 여자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어떤 부탁을 받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에 사는 그들과 우연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대화니까.
안부를 묻고 사정을 듣고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고.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부지영

부지영

2008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2010 <시선 너머-니마>

2011 <애정만세-산정호수의 맛>

2012 <나 나 나 :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2014 <카트

 

STAFF

연출 부지영
제작 제정주
각본 부지영
촬영 이우현
편집 김수진
조명 김평기
미술 김미정
출연 이정은, 이용이, 김대건

PROGRAM NOTE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홀로 사는 정은은 밤낮 없이 닥치는 대로 허드렛일을 하며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한국 전쟁 당시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이 부쩍 보고 싶다고 성화를 부리지만, 이미 오래 전 북한에서 작고한 이모와 어머니의 만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은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랍게도 정은의 휴대 폰으로 북한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남한에서 의사로 일한다는 아들과 연락이 끊겼다며 아들을 찾아달라는 북한 여성의 전화를 매몰차게 끊던 정은은, 나날이 치매가 악화되는 어머니가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달리 먹고, 북한의 이름 모를 여성에게 아들을 찾아주겠다며 전화를 건다.
부지영 감독의 단편 <여보세요>는 70여년간 갈라져 있던 북한과 남한의 이산가족 이야기를 전화라는 소재를 경유하여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 정은이 바쁘게 지하철의 인파 사이를 헤치며 출근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길 위에 서 있는 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마음 편히 머물 공간 없이 병원과 직장을 오가는 정은은 오래 전 고향을 떠난 후 가족을 그리워 하는 어머니처럼 정주할 곳 없이 떠도는 인물이다. 감독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채 고단한 일과를 되풀이하는 정은의 삶에 실향민의 상실감을 투영한다. 단조롭고 고단한 삶 속에서 허덕 이던 정은에게 갑자기 걸려온 북에서 온 전화는, 힘들다는 이유로 돌아보지 않았던 주변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함께 일하는 동료이지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탈북인 여성, 그리고 여동생을 찾는 어머니의 신산스러운 삶에 눈을 돌리면서, 정은은 오랜만에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주변을 위한 선택을 한다. 부지영 감독은 영화에서 어떤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잔잔한 유머를 통해 무리 없이 정은의 작은 심경의 변화를 따라간다. 북한 여성의 아들을 찾아주는 것도, 어머니와 여동생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도, 애초에 정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영화는 전화기를 통해 살뜰한 위안을 주고받는 어머니와 북한 여성의 통화를 마지막 장면으로 하면서, 남한과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위로와 따뜻한 소통이 통일이 라는 거대한 물결 안에 자리한 핵심적인 정서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은영 / 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