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김병훈 | 2012 | Fiction | Color | HD | 9min

SYNOPSIS

이별을 앞둔 연인의 마지막 열렬한 사랑 이야기.

DIRECTING INTENTION

연애의 끝에서, 헤어짐의 끝에서, 그 길고 지루한 열애의 시간.

FESTIVAL & AWARDS

2012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DIRECTOR
김병훈

김병훈

1997 < Top of the Universe >

2001 < zone430t – The Last Waltz >
2004 < HD209458b >
STAFF

연출 김병훈
제작 배하나
각본 김병훈
촬영 주성림
편집 김병훈
출연 조운, 김효선

PROGRAM NOTE

창백한 불빛의 지하도와 음침한 굴다리를 가로질러 누군가를 쫓는 시점 숏. 그 위로 불안한 목소리가 화면을 감싼다.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아.” 잘못 온 문자에서 비롯된 의심은 이미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든다. 남자는 여자를 추궁하기 시작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외면한다. 연애의 끝, 관계의 종말을 목전에 둔 위기의 커플. 그들에게 남은 것은 서로를 향한 일방향적인 원망과 책임 추궁이 지루하게 오고가는 부질없는 말의 공방전이다. 그 익숙한 풍경이 시작되려는 순간 관객들은 당황스러운 상황과 마주한다. 남자가 “너 도대체 왜 이래?”하며 주먹을 날리면, 여자는 “내가 뭘, 너야말로 왜 그래?”하며 허공으로 몸을 날려 발차기를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대치하다가 한쪽이 감정을 드러내면 다른 한쪽이 받아치고, 한쪽이 붙잡고 끌어당기면 다른 한쪽은 뿌리치고 달아난다. 이렇게 <열애>는 위기에 놓인 커플의 감정적 다툼을 격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액션의 합으로 풀어낸다. 연애영화의 상황극을 액션활극의 장르로 번안하는 것이 얼핏 조금 단순하고 직설적인 해석은 아닐까 싶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연인들의 말다툼과 무협식 겨루기가 마치 뮤지컬의 안무처럼 제법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연애라는 것이 수많은 밀당과 실랑이, 정서적 충돌과 감정적 대립의 연속이 아니던가. 그 열정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누군가에게는 매 순간이 진검 승부처럼 느껴질지도.

장훈/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