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전수일 | 2009|Fiction|Color|35mm|83min

SYNOPSIS

19세 인화는 임신 중이다. 어느 날 진통을 느끼고 영도다리 위에서 쓰러진다. 고통스럽게 아기를 낳은 후 아기탯줄도 무심히 버린 채, 인화는 회복실로 찾아온 입양직원이 건넨 입양동의서에 지장을 찍는다. 병원에서 퇴원을 한 인화는 상미, 그리고 상미의 남자친구인 우찬과 놀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지만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그러면서 인화는 자신의 몸의 변화를 느끼고 아기를 낳은 후 생긴 수술자국에 아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활 속에서 인화를 둘러싼 영도의 여러 가지 상황들은 소리 없는 폭력으로 인화를 감싼다. 어느 날 스쿠버가 바다에서 건진 그물더미에 아기신발을 본 인화는 집에서 상미의 핸드폰에 찍힌 아기사진을 보게 되고 불현듯 자신의 아기를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입양센터로 찾아간다. 인화는 자신에게 입양동의서를 받아간 직원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기를 돌려달라 한다. 아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양직원의 말에도 인화는 개의치 않으며 계속 입양센터를 찾아간다. 그러는 동안 인화는 엄마와 헤어지게 되는 꿈을 꾸게 되고 상미도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이런 환경들은 인화에게 아기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더 크게 만들고 인화 또한 입양직원에게 강하게 아기를 돌려달라고 한다. 직원은 처음엔 공손한 태도로 인화를 대하지만 끊임없이 입양센터로 찾아와 아기를 돌려달라는 인화에게 차츰 화가 난 태도를 보인다. 결국 직원이 인화에게 서슴없이 욕을 하며 머리를 때리고 인화를 무시한 채 돌아서자 인화는 주변에 있는 빈 맥주병으로 직원의 뒤통수를 때린다. 황당한 표정의 직원에게 인화는 울먹거리며 자신의 아기가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어느 날 인화는 짐을 싸고 여권을 들고 방문을 나서다 우찬을 마주치게 된다. 상미의 안부를 묻는 우찬에게 인화는 모른다고 대답하자 갑자기 인화를 때리는 우찬. 인화는 방에 쓰러지고 정신을 잃는다.
눈이 덮인 유럽의 알프스 마을 모습이 기차 차창 밖으로 보여지고 인화의 얼굴이 창문으로 반사되어 보인다. 한 마을어귀에 들어선 인화는 주소를 물어 어느 집 앞에 다다른다. 초인종을 누르자 프랑스여인이 나와 인화에게 인사를 한다. 집 안에선 아기울음소리가 들리고 인화를 쳐다보던 프랑스여인은 ‘혹시..’ 하는 눈빛으로 인화를 바라본다. 그런 프랑스여인 앞에 선 인화는 울먹인 채 말을 잇지 못한다.
‘I……came…….I………came………’

DIRECTING INTENTION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해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의 숫자는 2,000명을 넘는다. 이들의 대부분은 미혼모에 의해서 낳아진 아이들이다.
해외에서 성장하여 성인이 된 입양 인들은 한국을 찾아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아픔을 겪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영화는 입양기관에 아기를 맡긴 젊은 미혼모가 1년 후 다시 아기를 찾아 오려는 과정을 보여 준다.
미혼모 인화는 온갖 노력 끝에 아기가 입양된 주소를 입수하여 지구의 최북단 아이슬란드로 아이를 찾으러 멀고 먼 여행을 떠난다.
이러한 긴 여정은 인화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아이덴티티를 찾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자신의 아이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인화가 소녀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FESTIVAL & AWARDS

2009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DIRECTOR
전수일

전수일

1997 < 내 안에 우는 바람 >
2002 <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
2003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2005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2007 < 검은 땅의 소녀와 >
2008 <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

STAFF

연출 전수일
제작 동녘필름㈜
공동제작 제니스픽쳐스㈜
기획 조인숙
각본 전수일
촬영 김성태
편집 김정민
사운드슈퍼바이저 이성철
미술 이영훈
음악 정성환
의상 오수현
분장 정길재
조감독 김민경
출연 박하선, 김정태

PROGRAM NOTE

19살 인화는 미혼모다. 아이의 미래를 책임질 자신이 없어 입양서류에 지장을 찍는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너무 쉽게 건넌 인화. 결과적으로 최선이라 믿었던 그녀의 선택은 최악으로 판명난다.
영화는 고통의 지도地圖를 그리듯이 육체에 아로 새겨진 상처를 보여준다. 인화에게 남은 건 수술자국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볼 때 마다 아프다. 상처가 망각된 과거와 그 때의 고통을 현재진행형으로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인화에게 수술자국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의미한다. 산고의 고통이자 새끼 잃은 어미의 아픔이다. 전수일 감독은 전작들에서 그러했듯 한 개인의 고통을 타인의 고통, 망각된 현대사의 아픔과 만나게 한다. 인화가 영도다리 아래를 걸을 때, 카메라는 그녀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 더 오래 머문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영도다리 주변은 빈곤과 절망의 온상지다. 어스름한 다리 아래에서 청소년들은 비행을 일삼으며, 무능력한 가장들은 술에 취해 있으며, 실향민들은 눈물을 안주삼아 찬 소주를 들이킨다. 길모퉁이에 오도카니 앉은 한 할머니의 주름이 깊게 파인 얼굴은 삶의 애환을 오롯이 말한다.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은, 곳곳에 녹이 슬어 흉물스런 자태를 드러낸 영도다리와 흡사하다. 일제강점기에 완공되어 철거를 앞둔 영도다리는, 필연적으로 유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암시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죽어가는 인생. 모두가 죽어가고 있고 모두가 시름시름 앓는 세계. 그 세계는 비극을 숙명으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 공동체와 같다. 이런 처참한 풍경을 관망하는 인화의 시선은 지나치게 무덤덤하다. 강한 충격에 뇌신경이 마비된 듯, 인화와 그의 주변 사람들은 고통에 무뎌져 있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 타인을 위한 눈물을 모른다. 때문에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인화의 눈물은 한 없이 숭고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영도다리>는 도처에 편재한 고통을 수집하는 영화이자, 동시에 타인의 고통을 보듬을 줄 아는 영화이다.

이도훈/서울독립영화제2009 관객심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