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보이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새로운 선택

이병협 | 2016 | Fiction| Color | DCP| 19min

SYNOPSIS

늙은 복서 민구의 패배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마저도 반복된다.

DIRECTING INTENTION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병협

이병협

2007 <더픽쳐스>

STAFF

연출 이병협
각본 이병협
촬영 신현철
편집 썸포스트
조명 최용환
음악 이장혁, 유재인
출연 주호, 정해균

PROGRAM NOTE

스포츠 영화는 도전, 의지, 감동을 키워드로 하는 전형 위에 놓여있다. 새벽공기를 가르는 훈련 장면, 투혼의 경기, 장애 앞에 선택, 게다가 박진감이 있다. 복서가 등장하는 <오, 보이>. 언뜻 그 유명한 영화 <록키>가 떠오른다. 시장에서 소고기를 산 민구, 낡은 집에 대문 앞에 서성인다. 몰래 고기를 놓아두고 돌아서는 순간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점프 컷 되어 공간이 바뀐다. 민구는 링 위에 있다. 경기는 풀리지 않는다. 온몸을 던졌지만, 패배했다. 귓가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쯤 되면 그가 처한 상황이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영화는 세세한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예컨대 그 집은 어디였고, 아기와 민구는 무슨 관계인지, 끝없는 도전은 당장에 무엇을 목표하는지. 한때 유망주였고, 지금은 경기에서 패배하는 늙은 복서라는 것이 영화가 보여주는 전부이다. 동료는 그의 도전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함께했건만, 이기지 못하는 복서는 더 이상 링에 남을 필요가 없다. 경기는 이기는 것이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버티려 한다. 익숙하다. 민구의 고집스러움이 어쩐지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지루한 삶과 닮았다. 끝없이 돌을 끌어올리는 형벌에 놓인 사람들. 표정 없이 거리에 나와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아무렇지 않지만 어쩌면 위대한 이들. 자해하며 고통의 밤을 보내고, 다시 아침이 왔다. 길을 나서면, 오프닝 장면이 반복된다. 이번엔 터널을 지났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6 부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