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김아론 | 2005 | Fiction | 35mm | Color | 30min

SYNOPSIS

영화에서 내러티브보다 강조되는 것은 수연과 철민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다.
인공적으로 자연을 가둬놓은 온실은 박제된 삶, 즉 죽음을 향해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DIRECTING INTENTION

자살이란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순수한 자살’과 ‘사회적 타살’.
영화의 영문제목인 ‘Glasshouse’도 온실과 감옥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살과 타살은 발음이 다른, 같은 의미의 한 단어인지도 모른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아론

김아론

 

STAFF

연출 김아론
제작 민규홍
각본 김아론
촬영 김태성
미술 우승미
편집 김아론
조명 김태성
의상 오상진
분장 주현정
믹싱 정희구
녹음 문진영, 서준원
출연 안지혜, 김동신

PROGRAM NOTE

영화의 영어 제목인 ‘Glasshouse’에는 ‘온실’과 ‘감옥’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의미가 있다. 이미 한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수연은 끊임없이 자살충동에 시달린다. 꽉 막힌 도시공간에서 온실을 찾고 가꾸는 그녀의 행위는 생존을 향한 몸부림에 가깝지만 숨막힐 듯한 현대문명 속에 인공적으로 자연을 가둬놓은 온실은 박제된 삶, 즉 죽음을 향해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온실에서 화초를 가꾸면서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현대문명사회에서 인간 삶의 조건을 반추하는 이 영화에서 자살은 특정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수연에게도, 그녀와 건조한 하룻밤을 보낸 철민에게도 죽음은 삶의 바로 옆에서 그들을 따라오고 있는 그림자이다. 때문에 철민의 급작스런 자살과 그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수연의 삶 사이에는 그다지 큰 거리가 놓여있지 않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찍어 ‘현대인의 자살은 사회에 의한 타살’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에서 자칫 길을 잃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환상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실제로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 행동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죽음의 냄새를 감지하고 그러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관장하는 참으로 기이한 느낌의 영화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