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자전거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새로운선택 단편

이종헌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3min 17sec World Premiere

SYNOPSIS

다리 깁스를 한 채 자전거를 타고 낯선 동네로 면접을 보러 가는 이다라. 불편한 면접 자리에서 나와 전봇대에 묶어 놓았던 자전거를 찾으러 가는데, 앞바퀴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지나가던 행인은 부주의한 그녀를 꾸짖고, 낙심한 다라는 바퀴를 들고 집으로 걸어서 간다. 귀갓길에 앞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올라오는 남자와 마주친다.

DIRECTING INTENTION

아끼던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그 사람은 제게 개인적인 악의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 자전거를 아꼈기에 슬펐지만, 사실 그의 결정에 ‘나’라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죠. 그에게 그 자전거는 ‘내’ 자전거가 아니라, 그냥 자전거였을 테니까요. 일상의 사소한 재앙에는 사실 그리 대단한 의미나 이유, 어쩔 때는 대상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형체가 없기에,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 재앙이 정말 실존하는지, 얼굴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랬으니까, 그냥 이런가 봅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종헌

이종헌

2019 이 연기는 다 어디로…?
2020 식물영화

STAFF

연출 이종헌
제작 이종헌
각본 이종헌
촬영 강정훈
편집 이종헌
조명 배경근
출연 김이온

PROGRAM NOTE

다라는 불쾌하고 이상한 일을 잇달아 겪는다. 아르바이트 면접 자리에서는 카페 사장이 괜히 꾸짖듯 짜증을 내고, 다라의 자전거를 훔친 (것 같은) 남자는 도리어 화를 낸다. 다라는 이 사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종헌 감독의 <외발 자전거>는 핍진성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화다. 처음에는 언뜻 청년 세대의 고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곧 이어지는 부조리한 전개와 마주치면 작품의 목표는 ‘리얼리즘’과 다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미지는 언어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다라의 표정과 몸짓이다. 기묘하고 위협적인 사건을 겪는 다라는, 그러나 외부의 자극에 어떤 분명한 반응을 즉각 보이지 않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다’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화를 속으로 삼킨다’ 같은 문장과도 명쾌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다라의 표정에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걸음까지 더해지면 ‘다라’라는 형상 자체가 어떤 위축되고 마비된 마음의 상태를 시각화한 건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그러나 답의 실마리는 다시 검은 마스크 속으로 숨어 버리기에 지금으로서는 이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외발 자전거>의 독특한 개성이자 성취라고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보년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