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정의파다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장편경쟁

이혜란 | 2006 | Documentary | DV | Color | 105min | 우수작품상

SYNOPSIS

16살 사춘기, 하루 14~15시간 노동의 대가는 남자들의 임금의 반도 안 되는 일단 70원. 게다가 남성관리자들의 인격적인 모독과 폭력,성희롱 등을 견뎌야 했다. 우리들은 부당한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남성 중심의 어용노조를 뒤엎고 우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초의 여성 지부장과 여성집행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정부,기업,어용노조 삼자가 공모해 우리들의 여성민주노조를 깨기 위해 조직적인 폭력과 협박으로 탄압했다. 목숨을 걸고 저항했지만, 결국 우리들은 해고됐다. 30년이 흘러 50살 중년이 된 지금도 끝이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노동역사는 남성노동자와 남성노동운동위주의 기록과 해석들이 대부분이다. 산업화초기 1970년대 경공업분야의 핵심 노동력이었던 여성노동자들의 기록은 ‘동일방직 똥물사건’이나 ‘YH 여공 신민당 점거 농성 사건’ 등 사건위주의 기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를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경험과 입장에서 재해석하여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역사의 주체가 되는 ‘주체에 의한 새로운 역사쓰기’가 될 것이다. 또한 2005년! 27년간의 원직복직투쟁을 해오고 있는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기록을 통해 30년 전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차별 받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에게 희망과 연대의 기록이 될 것이다

FESTIVAL & AWARDS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옥랑상
제10회 서울인권영화제
제11회 부산영화제
제13회 대만 여성영화제
2006 인디다큐페스티발

DIRECTOR
이혜란

이혜란

2000 <평행선>

2003 <선택은
없다>

STAFF

연출 이혜란
제작 여성영상집단 움
프로듀서 이영
구성 이혜란
대본 이혜란
촬영 이혜란. 이영. 조석순애.
편집 이혜란
성우 최정옥
미술 이영선
음악 이지은
번역 조응주
믹싱 사운드 렉

PROGRAM NOTE

“배우지 못해 아는 것은 없지만 불의와 타협할 수 없었고,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똥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70년대 서슬 퍼런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 20살 안팎의 어린 여공들은 이 분명한 ‘정의’를 두고,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절, 회사와 국가 그리고 가부장적 사회질서와 온몸으로 싸워야 했다. 임금노동자에 대한 착취,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기호였던 이름 ‘공순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근대산업발전에 기저에는 어린나이에, 타이밍을 먹으며 꽃다운 청춘을 바쳐야 했던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우리들은 정의파다>는 1970년대 인천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민주노조 건설투쟁과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계속되는 복직투쟁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노조위원장을 배출한 동일방직 노동조합은 몇 중의 사회적 억압 속에 놓여 있었던 여성노동자들이 일구어 낸 노동운동사의 소중한 한페이지다. 영화는 뉴스릴과 사진 그리고 인터뷰가 교차하는 정교한 짜임새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열아홉 소녀를 연상케 하는 당시 동일방직노동자 시점의 나레이션은 뉴스릴을 배경으로 노동자의 빈곤을 댓가로 성장한 천박한 자본주의를 서술하고 있다. 인터뷰는 역시나 이제는 돌아와 머리에 서리가 내려진 동일방직 투쟁주역들의 몫이다. 그 외 그날들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단 몇 장의 낡은 스틸 사진뿐. 담담한 인터뷰 속에는 모진 세월의 기억과 열정적인 삶과 투쟁 그리고 투쟁의 원천이 되었던 따뜻한 자매애가 녹아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의 타오르는 불꽃을 말하기 전에, 수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저항의 밑불을 놓았던 것을 명심하자. 똥물을 쓰고도 물러서지 않았던 언니들의 ‘정의’가 아름다운 인간의 풍경으로 오늘 가슴속을 저며 온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06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