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순이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특별초청(단편)

김초희 | 2013 | Fiction | Color | HD | 8min 50sec

SYNOPSIS

순이는 얼마 전 실연을 당해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견디고 있는 30대 중반 노처녀다. 그런 순이의 친구, 전기밥통은 순이에게 밥을 먹이고 싶어 한다. 어떻게 밥통이 순이에게 밥을 먹이게 될까?

DIRECTING INTENTION

어떨 때는 사람보다 사물이 우리를 더 위로해 줄 때가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밥통이란 것은 우리에게 맛있고 따뜻한 밥을 지어 주는 물건이니 얼마나 고맙고 예쁜 물건인가! 그런 느낌을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김초희

김초희

2011 <겨울의 피아니스트>

STAFF

연출 김초희
각본 김초희
촬영 홍장구
편집 이제한
조명 이의행
음악 홍장구
녹음 이제한
스틸 김진영
기록 김지은
출연 예지원, 김초희

PROGRAM NOTE

순이는 얼마 전 실연을 당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이 남자가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건지, 억울하고 화가 나고 속이 상해 밥도 먹히지 않는다. 친구에게 하소연을 해 봐도 오히려 화만 더 치민다. 이렇게 아무 일도 못 한 채 그저 속만 끓이고 있는 순이의 곁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있다. 전기밥통이다. 밥통은 속상해 하는 순이를 끊임없이 위로한다. 울지 마, 밥 먹어. 사람을 믿지 말고 전기밥통을 믿어. <겨울의 피아니스트>에 이어진 김초희 감독의 두 번째 단편 <우리순이>의 주인공은 전기밥통이다. 따끈따끈한 밥으로 허기를 채워 주고 마음까지 달래 주는 진정한 친구지만, 사실 우리는 평소 이 친구의 존재를 그다지 인식하지 못한다. TV나 전화기에서 위안을 찾지 말고 갓 지은 밥을 먹고 힘을 내라는 이 친구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다면, 좀 더 씩씩하고 꿋꿋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밥의 따뜻함, 바람의 시원함, 친구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의 소중함, <우리순이>는 그런 작은 위안들을 귀엽게 담아내고 있다. 남잔 없어도 돼. 전기밥통이 있으니까. 노처녀라도 행복해. 전기밥통이 있으니까.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2013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