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한병아 | 2020 | Animation | Color | DCP | 9min 15sec

SYNOPSIS

시한부 진단을 받은 주인공에게 의사가 묻는다. 당신의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남길 거냐고. 뻔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던 중 갑자기 떠오른 한마디. ‘걸어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그녀에게 또 다른 대답들을 보여 준다.

DIRECTING INTENTION

아무도 모르는 우주의 끝. 그것은 마치 알 수 없는 삶의 끝을 연상시킨다. 누구나 꿈꾸는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사이에서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이하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막연한 우주 속 여전한 삶에서 해답을 구한다.

FESTIVAL & AWARDS

2020 디지콘6아시아 은상
2020 제7회 한중꿈키움단편영화제
2020 제1회 김포평화생태영화제
2020 제15회 런던한국영화제
2020 제8회 브뤼셀한국영화제
2020 제16회 인디애니페스트
2020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020 제21회 가치봄영화제
2020 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20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2020 제15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대상

DIRECTOR
한병아

한병아

 

2002 이상한 나라 
2004 찔레꽃 
2005 오래된 미래
2006 모두가 외로운 별 
2011 숙녀들의 하룻밤
2017 미쎄스 로맨스 

 

STAFF

연출 한병아
제작 한병아
각본 한병아
편집 한병아
음악 한병아
출연 김주리, 서새롬, 한병아, 정다히, 최자인, 이영기, 조선, 김동욱, 원호연, 원제연, 이현영

PROGRAM NOTE

주인공 토끼는 방금 시한부 진단을 받은 두 아이의 엄마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그 길고도 짧은 시간에 토끼는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과 결코 잊을 수 없는 만남들을 가진다. 공감 능력 없는 상사에게 쌍욕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 알바생을 응원하고, 길을 잃었거나 갈 곳이 없는 할머니에게 인생에 대한 미스터리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다리 위에서 만난 청년의 친절함 때문에 싱긋 미소 짓기도 하고, 아이들 교육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네 엄마들을 만났을 땐 말을 돌리고 도망쳐 버린다. 곧 죽는다는 걸 알아도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토끼는 그 하루를 비참하지도 허무하지도 않게 담담히 마주한다. 별로 소란스러울 필요 없다는 듯한 토끼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하루의 끝, 토끼 가족들이 침대에 옹기종기 누워서 나누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대화는 우리 모두를 위로한다. 토끼의 큰아들의 “우주의 끝은 어디야?”라는 물음에 작은아들이 “그것도 몰라?” 하면서 우리가 자꾸 잊곤 하는 답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별이 빠르게 지나가는 우주를 배경으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정답 없는 질문을 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기차처럼 긴 것일까?”라며 그 심오한 질문을 귀엽고 가볍게 뒤집어 버린다. “나뭇잎처럼 납작한 것일까? 지구처럼 둥근 것일까?”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말처럼 되어 버린 질문에 토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답을 하는 듯하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춤을 출 것. 그리고 별을 보고 기도할 것. 어려움 앞에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이란 몇 개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의 끝에 선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강혜민 / 서울독립영화제2020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