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장편 쇼케이스

이혜린 | 2020 | Documentary | Color+B/W | DCP | 65min 32sec (E)

SYNOPSIS

한때는 양공주, UN 마담 등으로 불렸던,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은 2014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미군 위안부라 칭한다. 그들의 잊혀진 목소리와 지워진 흔적들을 쫓아가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로부터 이어져 온 위안부의 이야기를 전한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에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4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미군 위안부 원고인단 성명서의 일부이다. 이 짧은 문장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편견과 멸시를 견디며 살아왔을 그녀들의 절규로 다가왔다. 왜 우리는 '위안부'라고 하면 일본군 위안부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을까? 영화를 통해 이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이야기를 쫓아간다. 동시에 우리가 위안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쯤 머물러 있는지 확인한다.

FESTIVAL & AWARDS

2020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용감한기러기상

DIRECTOR
이혜린

이혜린

2017 서른

2018 제5종보급품

 

STAFF

연출 이혜린
제작 박군제
촬영 류승진
편집 이혜린

PROGRAM NOTE

‘군위안부’와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미군을 상대로 한 미군 ‘위안부’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정부에 의해 제도화된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려 했던 민족주의 진영의 우려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에선 흔히 ‘기지촌 여성’으로 알려져 있는 미군 ‘위안부’의 성매매를 자발적 행위로 규정하고, 제도의 불합리성과 내부의 모순들에 눈감아 버렸던 한국 사회의 인식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한국 정부는 “한국의 ‘일반’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미군 ‘위안부’를 제도화하고 성병을 관리함으로써 국가 시스템 내로 이를 안착시켰다. <위안>은 한국전쟁과 냉전을 겪으며 함구되었던 이 ‘위안부’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된 <위안>은 국가 기록문서, 영상과 사진 자료,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인터뷰, 일본군과 미군 ‘위안부’ 증언집 등을 활용해 미군 ‘위안부’의 존재 사실과 그 부정의 역사를 조목조목 따져 나간다. 그 과정에서 미군 ‘위안부’의 발화되지 못했던 역사가 드러나지만, 다른 한편에선 그 역사에 가닿을 수 없는 한계들(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이들의 부재, 성매매 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전한 편견 등) 역시 드러난다. 영화에는 바닷가, 파도 소리, 폐허가 된 낙검자 수용소 등의 이미지 인서트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러한 인서트는 장과 장 사이의 암전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공백이 출몰하는 장소가 된다.

배주연 / 영화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