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땅

본선 장편경쟁

조희영 | 2022 | Fiction | Color | DCP | 86min 59sec (K, E)

SYNOPSIS

런던에 살고 있는 호림은 우연히 주운 캠코더 속에서 낯선 여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발견한다. 얼마 뒤, 호림은 전 애인이었던 동환을 만나고, 그의 새로운 여자 친구라는 경서, 그리고 경서의 친구이자 호림이 캠코더 영상 속에서 봤던 이원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움직이는 땅을 자리만 바꿔 가며 디디고 서 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조희영

조희영

2018 기억 아래로의 기억
2020 두 개의 물과 한 개의 라이터
2022 주인들

STAFF

연출 조희영
제작 우승찬
각본 조희영
촬영 이진근
조명 이진근
편집 조희영
미술 최민지
동시녹음 김소령
출연 공민정, 정회린, 류세일, 감동환, 김서경

PROGRAM NOTE

낯선 땅에서 정처 없이 걷다 마주한 우연의 순간들이 기이한 동선으로 이어져 어느 날의 유일무이하고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 세계는 <이어지는 땅>이 될 것이다. 1부의 호림은 런던 거리를 산책하다 길거리에 버려진 캠코더 영상에서 동양인 여성의 초상을 마주한다. 공원 벤치에서는 오래전 헤어진 옛 연인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덧 호림, 옛 연인, 그의 현재 파트너, 캠코더 영상 속 여인 이원이 마치 꿈결처럼 한 장소에 모인다. 2부의 이원은 밀라노 집 밖에서 마주친 한국인 남자에게 길을 안내해 주고 얼마 뒤 재회하는데, 정답고 설레는 도심의 골목은 어느새 생경한 미로가 되어 버린다. 이 영화는 이별과 재회를 둘러싼 미련, 후회, 상실감, 고독감, 조금의 기대와 설렘을 담은 스케치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이국의 풍경은 그저 사진첩에 보존된 얼마간 상투적인 배경처럼 소모되지 않는다. 그곳은 출발점과 목적지가 희미한 길, 타자가 불쑥 눈앞에 출현하는 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잔상이 새겨진 길, 친밀하다가도 한순간 좌표를 잃고 한없이 생소해지는 길, 말하자면 화면의 현재성에 고요히 파동을 불러오며 유동하는 영화적 장소다. 인물들의 형상, 날씨와 자연의 기운은 롱테이크의 리듬과 롱숏의 거리감을 함께 호흡하듯 존재한다. 물의 흐름처럼 프레임 안에 유연하게 등장해 자유롭게 거닐다 밖으로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은 이 영화의 기질을 그대로 반영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