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정지윤 | 2011|Fiction|Color|Digibeta|5min50sec

SYNOPSIS

늦은 밤, 젊은 여자가 길을 가다가 중년 여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는다.

DIRECTING INTENTION

친절과 배려사이에서 우리는 서성이며 선택을 한다. 그 순간의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DIRECTOR
정지윤

정지윤

2005 <완>

2006 <별이 이야기>

2011 < display_UNCANNY >

STAFF

연출 정지윤
제작 김민
각본 정지윤
촬영 황우현
편집 정지윤
조명 황우현
음향 강산
출연 황정민, 박선주

PROGRAM NOTE

쌀쌀한 겨울 밤, 인적 드문 어둑한 골목길에서, 산발을 하고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맨발로 도움을 청하는 상처 입은 얼굴의 여인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름 아니라 영화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상황이다.

영화는 앞서 묘사한 것과 같은 몰골의 어떤 중년 여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여인은 아마 가정폭력을 피해 거리로 뛰쳐나온 듯하다. 잠시 후 골목을 지나는 소녀가 등장하고, 여인은 무작정 소녀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여인의 뒤로 차들이 지나다니는 큰길이 보이지만 소녀는 여인을 지나쳐 큰길로 달아날 수도 없다. 소녀는 여인에게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도울 수 없는 이런저런 이유들과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런저런 방법들을 일러 주지만 여인은 그런 방법들을 쓸 수 없는 이유를 또 계속 설명하며 소녀에게 거듭 도움을 청한다. 결국 소녀가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을 건네자 여인은 심하게 고마워하며 자리를 떠난다.

심하게 흔들리는 여인의 눈동자와 함께 영화는 어두운 가운데 마구 흔들린다. 소녀와 여인의 대화가 이어지는 중에도 화면은 흔들린다. 어둡고 흔들리는 화면, 그것은 단순히 여인이 처한 상황과 소녀의 당황한 심정을 그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싸늘한 겨울바람처럼 식어버린 이 시대와 그 안에 살며 누구도 진심으로 믿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경/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