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단편

전성연 | 2015 | Documentary| Color | HD | 37min

SYNOPSIS

2014년 1월 1일. 소고기를 끊으며, ‘나’는 점진적인 비육식을 시작한다. ‘나’는 이 문제에 왜 이토록 예민한 것일까. 고민하던 중, 그 중심에는 우리 가족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길을 나선다.

DIRECTING INTENTION

‘사랑’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그런데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고통받는 존재들은 세상에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동물들에게 마음이 쏠렸다.

FESTIVAL & AWARDS

2015 제15회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 제11회 인천여성영화제
2015 제16회 제주여성영화제

DIRECTOR
전성연

전성연

2013 <아저씨> 

STAFF

연출 전성연
촬영 전성연 박수정
편집 고동선 전성연
출연 전현구 임춘순 코코 전성연

PROGRAM NOTE

 
여기 내 앞에 편지지 한 장이 놓여있다. 나는 지금부터 사랑하는 이에게 한 통의 편지로 내 마음을 전할 것이다. 요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첫 문장을 수 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아직 어떤 문장으로도 마침표를 찍진 못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뱉는다. 떨리는 마음으로 펜을 잡고 다짐한다. 화려한 문장들은 지우고, 가식도 버리고 내 모습 그대로 다가가자! <이 시대의 사랑>은 더 이상 모순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감독이 이 시대에 띄우는 러브레터의 첫 문단과도 같은 영화다.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던 날 “저기에 있는 개새끼(코코)를 찍는다고 해서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는 아빠의 말 한마디가 감독을 자극했다. 그 개 한 마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감독은 핏기가 도는 고기가 제 맛이라 생각했던 자신을 드러내며,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채식을 결심한다. 그리고 ‘위선적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과거’와 ‘원하는 대로 다뤄질 수 없고, 사랑받을 수 없고,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존재들’을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을 통해 감독은 ‘집 - 코코 - 나 - 비인간 동물의 연결 고리’를 발견한다. 기쁨도 잠시 감독에게 거대한 슬픔이 닥친다. 영화는 거대한 슬픔을 오롯이 통과한 감독이 덤덤히 풀어내는 이야기다. 감독은 휘몰아치는 감정을 누르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위선을 버리는 것만이 이 편지를 그와 우리에게 보내는 유일한 이유인 것 같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감독은 코코를 바라보며 ‘내 멋대로 만들어내지 않고 항상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와 함께 감독은 최승자의 시를 빌어 “너 당신 그대 행복 사랑”을 모른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민낯과 무지를 고백하며 나에게 도착한 첫 문단을 받아 들며 나는, 나의 모순과 위선을 바라보게 된다.

박배일/서울독립영화제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