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허 플레이스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특별초청2

알버트 신 | 2014 | Fiction | Color | DCP | 115min 34sec

SYNOPSIS

풍요로운 도시 여성이 비밀리에 십대 임산부의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 가난한 농장으로 온다. 도시 여성은 임신 상태에서의 진행과 동일하게 행동하고, 임산부와 함께 새로운 삶의 리듬에 맞추어 간다. 하지만 이 여성의 계획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해져만 간다.

DIRECTING INTENTION

2011년 한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나는 옆 테이블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 중 사라진 한 가족 구성원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라진 가족은 여성으로,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이야기한 후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그녀의 임신 사실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한 점은 그 여성은 임신을 향한 수년간의 노력으로 한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임신 사실을 알린 후 자신의 임신 상태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길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레스토랑에서의 다소 희한한 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한 줄기 기억으로 떠올랐고, 이것은 어릴 적 자라면서 들어왔던 이것이 실제일까 아닐까에 대한 내 가족의 가벼운 이야깃거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비밀 입양은 한국에서 매우 흔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가족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서 젖도 안 뗀 아이를 혈육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형식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더 슬픈 것은 이러한 일이 아직까지도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은 아이를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한 과정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면서, 그냥 그 상황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나를 나의 세상에서 벗어나 저 멀리 타지에서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영화를 만들도록 하는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단점이 될 수 있는 이 기획은 나의 입장에 있어서는 보편적으로 영화 주제에 대해 접근하고 주목할 수 있도록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들을 승자와 패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류하려 든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용과 인내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 허 플레이스>를 만들며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그 누구도 절대적으로 옳지 않고, 틀리지도 않다. 우리는 그저 희망을 품고 기회를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행동에는 모든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FESTIVAL & AWARDS

2014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프로그램부문 공식 초청
2014 캐나다서드베리국제영화제 인디 칸 프로그램 부문 공식 초청
2014 스페인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 뉴 디렉터 컨피티션 부문 공식 초청
2014 캐나다몬트리올누보시네마영화제 포커스 프로그램부문: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14 브라질상파울로국제영화제 뉴디렉터 컨피티션(경쟁) 부문 공식 초청
2014 아랍에미리트아부다비국제영화제 - 뉴호라이즌 컨피티션(경쟁)부문 뉴호라이즌경쟁부문 베스트 엑트리스(최고여자배우상) | 차일드 프로텍션 시상 베스트영화상
2014 미국윈저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2014 그리스데살로니카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DIRECTOR
알버트 신

알버트 신

2010 < POINT TRAVERSE > 

2014 < IN HER PLACE >

STAFF

연출 알버트 신
제작 윤현찬
각본 알버트 신, PEARL BALL-HARDING Albert SHIN, PEARL BALL-HARDING
촬영 문명환
편집 알버트 신
조명 김희태
미술 김현종 인지애
출연 윤다경 안지혜 길혜연 김경익

PROGRAM NOTE

 
한적한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외제 승용차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부부는 확실히 시골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집주인과 함께 집으로 들어간 부부는 집주인, 집주인의 딸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데 분위기는 뭔가 어색하다. 알고 보니 불임인 부부가 원정 출산을 갔다고 주변을 속이고 10대인 집주인의 딸이 아이를 출산하면 그 아이를 몰래 입양하려고 온 것이다. 남편은 서울로 돌아가고 3명의 여성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욕망들이 보여지고 충돌하는 과정인데, 여성들의 욕망은 드러나며 충돌하는 반면 남성들은 욕망도 잘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 현장에서 도망가버린다. 그렇게 발현되고 충돌하는 여성들의 욕망들은 사회의 삐뚤어진 욕망의 반영이자, 자신들의 결핍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도시 여성은 아이를 임신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이는 임신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육체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는데, 매일같이 조깅도 하고 요가도 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힘쓰지만 정작 임신을 할 수는 없는 여성은 임신을 할 수 있고 게다가 젊은 딸의 육체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집주인은 돈을 받아서 지긋지긋한 시골을 떠나겠다는 욕망이 있다. 남편이 오래 앓다가 죽고, 혼자 고생하면서 딸을 키우는 이 상황을 이번 일로 바꿔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딸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딸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본인의 욕망을 강요할 뿐이다. 딸의 경우에는 아이도 지키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남자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 한낮에 꿈을 꿀 정도로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지만 무기력한 남자친구는 그 상황을 회피해버린다. 그렇게 자신의 욕망이 좌절된 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감독은 여성들의 욕망이 보여지고 서로 충돌하는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 시선이 오히려 욕망이 충돌된 이후의 쓸쓸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비워져 있는 농장에 홀로 남은 집주인의 쓸쓸함은 결국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의 결과이기에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조정의민/서울독립영화제2015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