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임혜빈 | 2020 | Fiction | Color | DCP | 30min 39sec

SYNOPSIS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어느 날, 할머니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다. 손녀 유영은 태풍을 뚫고 모임에 가려는 할머니를 말린다. 둘의 다툼은 유영의 아버지이자 할머니의 아들 석우의 해양장 문제로 번진다. 아들을 바다에 뿌려 주려는 할머니와 납골당 계약 연장을 하고 싶은 유영. 모임에 가려는 할머니와 붙잡고 싶은 유영. 할머니는 결국 모임에 가게 되고 태풍을 뚫고 만난 친구들과 함께 파김치를 나눠 먹는데, 이를 유영이 목격한다.

DIRECTING INTENTION

늙는다는 것은 세월을 담아내는 것이다. 길고 긴 세월 속에서 몇 안 되는 행복에 겨운 순간과, 수많은 가슴 아픈 일들을 담아내는 것이다. 인생의 허황된 아름다움보다 그 밑에 가려진 진실된 모습을 마주하고 그 자체를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기꺼이 늙고 싶은 한 가지 이유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임혜빈

임혜빈

2017 꽃 같던 날 

STAFF

연출 임혜빈
제작 강지현
각본 임혜빈
촬영 김종수
편집 김가원
조명 김종수
음악 김사무엘
미술 최지선
출연 정경임, 문우빈, 민병림, 심충자, 조복휘, 한현옥

PROGRAM NOTE

할머니와 손녀 유영은 납골당 안치 문제를 두고 서로에게 저기압인 상태다. 할머니는 아들의 유골을 이제 그만 바다에 뿌려 납골함에서 풀어 주고 싶다. 매주 납골당을 찾는 유영은 할머니의 그런 생각을 무책임하다고 몰아붙인다. 아빠가 영영 사라질 것만 같은 걱정에서다. 때마침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들려오고 유영은 궂은 날씨에 모임이 있다며 나가는 할머니를 붙잡는다. 할머니는 1년에 한 번씩인 모임에 빠지고 싶지 않다. 유영은 모임을 빌미로 할머니가 혼자서 유골을 처리하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그러면서도 유영은 할머니가 날씨도 좋지 않은데 혹시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올해 단편 중에는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품이 꽤 된다. <일기 예보>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유영과 할머니가 유골을 두고 대치하는 듯해도 실은 다 서로를 위한 마음이 작동한 결과다. 할머니의 경우,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유영 아빠의 유골 문제를 해결하여 손녀의 짐을 덜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면 유영은 가족 잃은 상실감의 여파로 할머니마저 떠나는 건 아닐까, 아빠의 유골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척 관계를 이어 가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관계는 그처럼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함의 영역이다. 날씨도 기상청이 예보한 것처럼 착착 들어맞지 않는다. 중요한 건 태풍이 지나가면 햇빛 창창한 날이 온다는 것. 할머니와 유영의 사이 또한 그렇지 않을까.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