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김예전,소은성 | 2021 | Fiction | Color | DCP | 26min 21sec World Premiere

SYNOPSIS

소원과 문성은 여행을 앞두고 있다. 그 전에 두 사람은 집에 있던 조명등 하나를 처분하려고 한다. 전구가 말썽이지만 거래는 무사히 끝난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는 날은 여름이 시작된다는 날이다.

DIRECTING INTENTION

이 이야기가 흘러가서 도달하는 여름은 우리에게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우연들이 뒤엉킨 특별한 계절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 여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예전

김예전

소은성

소은성

STAFF

연출 김예전, 소은성
각본 김예전, 소은성
촬영 박철우
편집 김예전, 소은성
조명 이지성
음악 팔황단
믹싱 오세연
출연 한초원, 구문회

PROGRAM NOTE

어떤 문장들은 읽을 때마다 다른 감흥과 생각에 빠지게 한다. 나름의 상상으로 매번 다르게 문장의 앞뒤를 채워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문장 속 한 어휘에 꽂혀 어떤 생각과 기억 속을 한없이 헤매기도 한다. 이 소란스러운 감상, 어느덧 그 문장을 다시 읽고 이야기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영화가 그렇다.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뜻하는 절기인 ‘입하’라는 제목의 영화는 커튼이 반쯤 쳐진 창과 방 안의 공간을 비추며 시작된다. 서서히 한 음씩 찍어 가는 피아노 소리로 캐럴 <창밖을 보라>가 연주된다. 입하와 캐롤이라니. 어느덧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데 창밖의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수수께끼처럼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을 앞둔 주인공 커플은 조명을 하나 처분하려 하는데 전구가 고장 난다. 둘은 대화하고,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 이들의 모습에서 특정한 감정이나 동기, 사연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건조한 대화를 나누고, 낯선 문장을 읽고, 낯선 사람을 만나고, 소소하지만 초현실적인 상황을 그린다. 그리고 정갈하게 보이는 여름의 이미지들. 정교하게 짜인 고요한 혼란과 물음표가 계속되는 동안 어느 여름날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떤 사람을 떠올리기도 했다. 나의 기억이 여름을 어떤 단어로 생각하게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남게 하는지 생각했다. <입하>의 독특하고 이상한 매력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함께 본 이들과 밤 산책을 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각자의 여름에 대하여.

박근영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