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국내초청(장편)

김선 | 2010|Fiction|Color|Beta|73min

SYNOPSIS

아버지가 보고픈 포돌이는 다리가 필요하다.
아뿔싸! 쥐들이 다리를 파먹는다.
포돌이는 분연히 저항한다.

DIRECTING INTENTION

포돌이와 함께 시청하는 대한민국의 자가당착

FESTIVAL & AWARDS

2010 인디포럼

DIRECTOR
김선

김선

2008 <자가당착>

STAFF

연출 김선
제작 김곡, 김선
각본 김선
촬영 김선
편집 김곡, 김선, 김동명
조명 채정석, 박근범, 배수찬
미술 조아라, 방인리
음향 강민석
음악 강민석
출연 포돌이, 정아영, 강석

PROGRAM NOTE

아버지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닌 곳. 이곳에 믿음은 있지만 믿음의 대상은 없다. 절대자가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대상은 멀어진다. 사건이 일어나지만 책임은전가되고 진실은 은폐된다. 약속된 내일은 도래하지 않고, 부재와 거세가 충돌하는 자가당착의세계. 맹목과 광기의 용광로가 여기에 있다.영화는 민망하게 현 정권을 비추면서 정직하게 현 시대를 반영한다. 포돌이는 하반신이 없다.스스로 하체를 만들어 ‘전투경찰’로 거듭나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쥐들이 하반신을 갉아먹어 번번이 완전체로 거듭나는 데 실패한다. 포돌이가 포돌이로 머물 때, 그는 한낱 국가라는 대타자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포돌이는 전투경찰로 진화해야 한다. 아버지의 아들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충심을 불사르지만, 그 믿음은 신과 진리에 대한 믿음과는 다르다. 거짓에 속아버린맹목적 충성에 가깝다. 급기야 잘못된 믿음이 폭력을 야기한다. 포돌이는 자신의 신체를 갉아먹는 쥐들을 죽이고, 아우성치는 아파트주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경비실 직원까지 살해한다.점입가경이다. 그리고 노골적인 은유다. 쥐, 물대포, 그리고 영화 말미의 방화까지. 촛불시위를지나 용산참사와 4대강 개발 등, 영화는 동시대 뜨거운 감자들을 빗대어 서술하고 있다. 노골적일수록 감추는 게 없어 정직해 지는 법이다. 덩달아 사건을 드러내는 유치하고 촌스러운 미학적인 연출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16mm필름의 질감, 그리고 필름에 난 스크래치 흔적,또 인형과 장난감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현 정권을 비추고 있다. 화면의 이물감과이질감이 도드라지는 동시에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마치 70년대 대한뉘우스나, 80년대 땡전뉴스를 보는 듯한 기시감은 악몽의 연속과도 같다. 포르노그래피적인 장치들이 벌거벗겨진 몸뚱이들을 비출 때, 영화는 절정에 달한다. 시민들은 현 정권과 집권배후세력에 폭력으로 대항한다. 짓밟힌 민주주의와 인권에서 샘솟은 몸부림은 다분히 저항적일 수밖에 없다. 참을 수 없는아버지라는 존재의 무거움. 그 억압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충동적 행위, 그리고 거부의 몸짓! 이제 벌거벗은 생명들의 정치적 저항이 시작된다. 물로 흥한 자는 불로 망할 것. 그리고 거짓을 추동하는 자들과 그들을 맹신하는 자들 모두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리라.

이도훈 / 서울독립영화제2010 관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