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의 밤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김보람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1min 56sec

SYNOPSIS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다섯 명의 자매들이 첫째 혜정의 집에 모인다. 혜정은 오빠의 칠순을 맞아 해외여행 선물을 계획하고 막내 정희는 오랫동안 숨겨 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DIRECTING INTENTION

가장 친밀한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때로 고집스럽도록 편견에 사로잡히는 나를 주인공 혜정에 투영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IRECTOR
김보람

김보람

2017 피의 연대기  

STAFF

연출 김보람
각본 김보람
제작 박지혜
촬영 김민주
편집 김현범
녹음 홍석재
음악 김해원
사운드 박민지
조연출 장민경
출연 강애심, 오지영, 이선주, 남미정, 이경성

PROGRAM NOTE

어떤 경험은 이야기가 되고 어떤 경험은 각자의 사적인 영역에만 남아 망각될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쳐 휘발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험은 영원히 망각되지 않고 또 하나의 장기처럼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기도 한다. 어떤 경험들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야기’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확률은 높지 않다. 언어로 만들기 어려울뿐더러(언어가 없거나, 못 찾거나)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는 말을 꺼내도 쉬이 사라진다. 경험이 이야기가 된다는 것은 ‘중요함’이 기준인데, 여성의 경험은 긴 시간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 세상이 여성의 경험을 중요하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여성들도, 여성 당사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되는 경험은 힘을 갖는다. 힘을 가져서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자매들의 밤>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지점에 있다. <자매들의 밤>은 경험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 무엇보다 경험이 이야기가 되려면 방향을 잃어 스스로를 찌르는 경험을 거리를 두고 보듬어 잇고 이어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말하기로 수없이 다짐해야 하며 끝내 말할 수 있을 때 피하지 않고 말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이야기의 완성은 그걸 재단하지 않고 (그저) 들어 주고 그 이야기를 같이 이어 줄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영화가 보여 주는 시점 이전에 정희가 홀로 견뎠을 수많은 시간이 내내 의식되는 건 플래시백이 아니어도 여러 자매들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가 이들의 긴 여정(정희의 긴 여정)에 놓여 있음을 세밀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제야 이명처럼 들러붙은 죄책감을 직시하고 혜정은 정희의 얼굴을 마주 보기 시작한다. 이제 이야기는 단지 시작되었을 뿐이다.

안보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