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빛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부문 장편

조민재 | 2018 | Fiction | Color | DCP | 89min | 독불장군상

SYNOPSIS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진무는 수술 후에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억해야하는 것을 캠코더에 담기 시작한다. 진무는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기억과 기억나지 않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망가진 아버지 산소를 보고 가족들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으며 시작되었다.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내 영화 속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마주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조민재

조민재

 

STAFF

연출 조민재
제작 영화사 낭, 이나연
프로듀서 최지훈
조연출 이윤영
각본 조민재
촬영 조현일
녹음 김영광, 이주영
편집 조민재
현장PD 김동민
음악 이민휘
출연 곽진무, 변중희, 김현, 신문성, 윤성원

PROGRAM NOTE

신숙녀의 집은 초라하다. 천정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벽에는 물이 새는지 온통 얼룩이다. 새로 지은 집들이 사방으로 둘러싼 탓에, 그녀의 집에 빛이 들 틈이 없는 탓이리라.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집들 사이로 빛이 조금씩 스며들 때가 있다. 다만 그걸 느끼기가 어려울 따름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숙녀의 아들과 딸과 손자는 그녀의 집을 들락거린다. <작은빛>에는 이야기가 없다. 다소 복잡한 사연을 지닌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하루하루 지내는 모습이 다다. 어느 날, 뇌수술을 받게 된 둘째 아들 진무가 캠코더를 든다.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가족을 찍기 시작한다. 가족은 서로를 향해 캠코더를 들고, 감독의 카메라는 무심한 듯이 그런 가족을 바라본다. 영화의 카메라와 영화 속 캠코더 사이에 놓인 경계가 무너진다고 말한 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슬며시 끼어드는 누군가의 초현실적인 손길은 그 경계를 무색하게 만든다. 기억을 붙들고 죽음에 언뜻 인사하던 영화는 계절이 바뀌면서 끝난다. 망부의 시신을 거둔 아들과 가족이 숲을 나올 즈음, 지려던 해가 마지막 힘을 모아 그들 위로 아늑하게 비춘 다. 그들 각자에게 허락된 작은 빛들이 군집해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영화가 드물게 은총을 보여준다면, 바로 이 순간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이용철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