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Ms. Ave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5회)

현실과 판타지

이규만 | DV 6mm | 칼라 | 7분 50초 | 1999년

SYNOPSIS

한 여인(Ms. Ave)이 갓난 아기를 키우며 환상이 개입된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여인은 그녀에게 다가오는 현상 중에 실재한다고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러한 그녀의 일상에 절망이 찾아온다. 장롱 밑에서 살고 있던 접시 위의 회전하던 구슬이 이탈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현실은 망각되어지고 이내 영화는 리듬이 되어 여행을 떠난다. 검은 하늘, 크리스마스... 하늘에서 산타클로스가 내려와 그녀의 집에 내리면 공간 이동이 시작되며 수술대 위의 아베, 우리는 힘을 모아 성모를 낙태시킨다. 눈물짓게 아름다운 곳에서...

DIRECTING INTENTION

군에 있을 때 난 '절망'이란 제목의 시를 적은 적이 있다. 하얀 접시 위에서 쉼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구슬이 내는 소리를 떠올리며 나름대로의 절망을 형상화 해 나갔다.
몇 년 후 절망의 문턱 앞에서 그 비릿한 냄새를 맡았을 때, 비로소 시나리오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겁게 느껴졌던 절망이란 에너지조차 일상의 무게 앞에선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두터운 일상을 피해 순수하게 절망이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8분 분량의 시간을 만들어내는데 거의 일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DIRECTOR

이규만






프로그램 노트
절망은 선택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자신이ㅡ 정체성이 흔들릴 때 우리는 그 순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주위의 사사로운 것들에 의해서 점차 자아가 흐릿하게 흔들리고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절망이란 대단한 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거대한 에너지 앞에선 무기력하게 고개 숙이고마는 현상에 대해 우린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반대로 충분히 죄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강방증에 시달릴 때도 있다.
그래서 겁이나 껍질을 벗기고 본질을 꺼내어 자세히 들여다 볼 자신이 ㅇ벗었는지도 모른다. 연출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생각과 느낌들을 절망이란 이름으로 영상화하지 않았나 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이 영화에서는 낮과 밤이 공존하며 시간의 순서는 역행하기도 하고 정지하기도 한다. 현실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선 시간이란 개념이 빠질 수 없듯이 이렇듯 비현실의 현실화는 나름대로 해석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절망은 복잡한 공간 구조를 가진다. 여인의 반지하, 교회, 성당이 주요한 공간이며 이 공간들의 이동에 주목하면 영화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