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장편 쇼케이스

김미영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15min 7sec (E)

SYNOPSIS

20대 때 청년조각가상을 받았던 40대 이혼남인 윤철, 지금은 상업조각과 인테리어 업자로 살아가고 있다. 딸인 지나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전처와 함께 살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윤철은 대학 강사인 영지를 만나게 된다. 전 세계를 떠돌았다는 보헤미안 기질의 영지에게 마음이 간다. 영지와 함께 살고 있을 무렵, 지나가 미대 입시를 관두고 갑자기 출가하겠다고 알려 온다. 지나 문제에 속수무책으로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영지가 떠나겠다고 통고한다. 윤철의 마음속에 온갖 상념과 고통이 휘몰아친다.

DIRECTING INTENTION

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 가고 배워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미래를 딸이 선택하고 실제로 살아가는 것을 본다. 지금 살고 있는 삶에는 다른 삶에 대한 열망이 함께한다. 두 가지 삶은 다른 길이지만 열망의 형태로 겹쳐져 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

DIRECTOR
김미영

김미영

2012 내 시절의 모럴
2015 일어서는 인간
2018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STAFF

연출 김미영
제작 이세진
각본 김미영
촬영 이진근
편집 김미영
조명 이재건
음악 조광호
미술 강창호
사운드 이성진
출연 박종환, 이연, 강경헌, 박현숙, 정수빈, 장준휘, 강길우

PROGRAM NOTE

‘바다 건너 외로운 섬’, 절해고도. 영화는 우리 모두 저마다의 인생의 무게를 떠안고 사는 고독한 단독자라는 사실을 힘껏 끌어안으며 출발한다. 조각가 윤철은 생계를 위해 인테리어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혼한 그에게는 고등학생 딸 지나가 있는데 윤철을 닮아 미술에 소질이 있다. 하지만 지나는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따라 출가를 결심한다. 한편, 윤철 곁에는 뒤늦게 찾아온 애틋한 인연 영지가 있다. <절해고도>의 인물들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두 사경을 헤매다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난다. 이들을 살리는 건 그들 자신이 아니라 생면부지의 완벽한 타인이거나 바로 앞 당신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과 부활의 시간을 얻는다. 사선을 넘긴 인물들은 앞선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하기라도 한 듯 전에 없던 얼굴을 보여 준다. 무해하고 말간 얼굴, 더 얻고자 하기보다는 더 버리길 바라는 태도에서 속계와 선계를 아우르는 구도의 면모마저 읽힌다. 이제부터 윤철과 지나는 혈연관계로 얽힌 부녀지간이 아니라 ‘나와 너’로 다시 만난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다시금 그들은 각자의 길을 떠나 또 다른 타자의 세계와 만날 것임을, 그것이 살아가는 일임을 잊지 않는다. 존재의 심연을 품위 있게 들여다볼 줄 아는 <절해고도> 앞에서 마음은 잠시 정화와 고요를 얻는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