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이의 겨울

본선 단편경쟁

주진형 | 2021 | Fiction | Color | DCP | 38min 33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누군가의 차를 몰고 어딘가로 향하는 가정 밖(가출) 청소년들. 이들은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최대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관계는 어지러이 뒤얽힌다. 이들의 계획은 의도치 않게 강력 범죄로 나아가는 듯 보인다.

DIRECTING INTENTION

무수히 벌어지는 문제들 사이에서, 우리는 명확한 해답과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타인의 문제를 섣불리 단언하는 것은 또 다른 시선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핵심은 단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폭넓게 그 문제를 바라볼 것이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주진형

주진형

2020 한국에서
2021 변명
2021 초인

STAFF

연출 주진형
제작 박진용
각본 주진형
촬영 김종수
조명 송혜령
편집 주진형
동시녹음 안승호
믹싱 손종채
미술 박주빈
출연 김선영, 이창민, 한석규, 김하영, 장수지, 박초원, 주민형

PROGRAM NOTE

“멀리 가자.”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차는 출발한 상태다. 관객은 예고 없이 그 차의 뒷자리로 초대된다. 다만 운전자와 동승객들이 올라탄 이유와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다. 이 추운 겨울에 아이들은 무얼 하다 떠나왔으며 어디에 닿기를 희망하는가.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이젠 그런 거 하기 싫다.”와 같은 말을 토대로 그들의 전사를 희미하게 가늠해 볼 뿐이다.
예닐곱 청소년들은 전부 생기가 충만하다. 그들이 욱여넣어지듯 한데 뭉쳐 있는 자동차엔 양가적인 분위기가 공존한다. 축제라도 열린 듯 밝은 기운이 흘러넘치다가도 어둠처럼 깊은 침묵으로 한없이 침잠하는 순간이 도래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에너지는 대체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과잉되어 있다. 이는 반대로 그 저변에 깔린 불안을 짐작케 한다. 광기에 가까운 활력을 동력 삼아 아이들을 태운 차는 밤길을 쉼 없이 달려 나간다. <정민이의 겨울>은 로드 무비의 태를 띠면서도 자동차라는 공간 자체를 주의 깊게 다룬다. 예컨대 아이들은 차 밖으로 나서길 극도로 두려워하며 특정 장소에 갇혀 있는 존재에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보여 주지 않음으로써, 말하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이 지닌 강박은 더욱 명확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보기 전, ‘정민이의 겨울’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주시길.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시점엔 제목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조현나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