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장편)

김경묵 | 2011|Fiction|Color|HD|117min

SYNOPSIS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현. 종로의 거리를 배회하는 준. 살고자 몸부림 치던 두 소년이 마주한 절망.

DIRECTING INTENTION

영화를 통해 질문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다. ‘현이 어떻게 그를 둘러싼 폐쇄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즉, 절망 앞에 선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껍질로부터 깨어날 수 있는가?’ 이들의 죽음은 무한한 삶 속의 죽음이며 이를 통과하여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안과 밖에서 껍질을 쪼아대야 하는 ‘줄탁동시’의 의미와 같이 자신의 존재를 죽이는 고통을 느끼게 될 때 탄생의 희망 또한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십대를 벗어날 이들이 절망을 넘어 저기 문밖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11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2011 제30회 밴쿠버국제영화제
2011 제55회 런던국제영화제

DIRECTOR
김경묵

김경묵

2004 <나와 인형놀이>
2005 <내 안의 평안>
2005 <얼굴없는 것들>
2008 <청계천의 개>
2009 < SEX/LESS >

STAFF

연출 김경묵
각본 김경묵
촬영 강국현
편집 김경묵, 신예진
조명 김정우
미술 박재현
음향 표용수
음악 이민희
출연 이바울

PROGRAM NOTE

종로3가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따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준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온 순희를 일하던 주유소에서 만난다. 그는 순희를 성추행하는 사장에 맞선 뒤 그녀와 도망친다. 준과 비슷한 연배인 현은, 그를 사랑한다 하는 기혼남 성우가 제공한 고층 아파트에 머문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남녘의 경계 임진강에서 순희와 헤어진 준은, 성우와의 관계가 파국에 이른 현의 아파트를 찾는다. 동반자살을 준비하는 두 소년은 죽음의 문턱에서 사랑을 나누고, 이 의식은 둘을 하나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줄탁동시’ 란 제목은 “선종(禪宗)의 공안(公案) 중 하나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끊임없이 걷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준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가택연금 상태로 부려놓은 현은 각기 다른 존재인 듯 보이나, 알 속 병아리처럼 어리고 여린 생명임은 매 한가지다. 흔히 도플갱어라 부르는 나를 닮은 존재가 있을 리 없다. 다만 현과 준은 서로를 바라보듯, 불안한 자신을 바닥까지 보았을 뿐이다. 개별적인 두 실존이 지닌 절망은 다른 존재를 부르고, 그 대상을 받아들인 끝에 스스로를 넘어서는 초월에 이른다.

영화의 초반부가 내뿜는 청춘의 기운과 육신의 사랑이 일깨우는 감각의 생생함에 비할 때, 연기와 안개를 동반하는 그들의 초월이 유령과 흡사한 모습이기는 하다. 그러나 바로 죽은 유령의 형상이,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지난 삶이 놓친 의미를 일깨운다. 죽음에의 염원은 “불가능의 끝까지 가기를 원했던 그(들)의 의지”의 증거이므로. 이 작품의 우리말과 영어 제목에 기대어, 두 젊음이 병아리처럼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섰다고, 경계를 넘었다(越境-stateless)고 할 수 있겠다.

신은실/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