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의 다도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정용주 | 2005 | Fiction | 35mm | Color | 33min 40sec

SYNOPSIS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 영민은 급기야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아내의 부정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언제가 자신에게 탈을 건네 준 스님을 만나기 위해 경주로 간다. 스님이 권한 차를 마시고 잠을 자고 난 영민은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기 전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과거 망각했던 자신의 추한모습을 다시 경험하고 나서 아내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는 시선을 갖은 채 2002년에서 2005년까지 3년이란 시간을 다시 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의심으로 시작해 그 의심의 함정에 빠져 독살하게 된 주인공 영민을 통해 우리 인간의 본성에 접근해 보려고 한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만들어 망각했던 추잡하고 비도덕적인 모습을 다시 체험하게 한다. 그리고 처용 탈을 써보는 행위와 다도(茶道)의 행위-사라진 이름-로 용서의 이미지들을 구축해 보려고 한다. 개미는 영민의 또 다른 자아로서 시간의 동시대성을 상징하는 화석 같은 존재로 등장시켜 다른 시공간을 하나로 엮어 보았다. 영상적 표현은 현실은 몽환적 분위기로 환타지인 과거는 리얼한 분위기로 해서 노출된 인간의 추잡함을 잡아보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05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선재상 수상

DIRECTOR
정용주

정용주

1999 <심청이 팔려가기 전날 밤>
2000 <멀미>

STAFF

연출 정용주
제작 천승철, 박세준
각본 정용주
촬영 이상각
편집 경민호
조명 박찬윤
미술 조화성
음향 영화진흥위원회( KOFIC)
음악 이재진
출연 박원상, 동효희, 최용민, 박성빈, 김현정, 김민정

PROGRAM NOTE

영화는 신라시대 향가인 ‘처용가’를 자막으로 띄우며 시작된다. 아내를 범하는 역신 앞에서 조용히 물러나 춤추는 처용의 관용적 태도에 감복한 역신이 조용히 물러났다는 처용가는 이 영화의 중심테마인 ‘용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효과적으로 쓰인 상징이다.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 영민은 아내를 독살할 계획을 세우고 잠시 경주의 한 절로 내려간다. 과거에 영민 부부에게 처용 탈을 선물한 적 있는 스님은 영민에게 차를 대접하면서 살면서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써서 다기에 넣고 마시라 한다. 다음날 아침 다기 속에 써넣은 아내의 이름은 물과 함께 흘러내린다. 그 길로 절을 나선 영민은 경주에서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는 3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간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광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들떠있는 시간 속으로 되돌아온 영민은 거기서 3년 전의 부끄러운 사건-여고생과의 원조교제-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망각 속에 던져버린 추한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과거라는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든 경주 여행은 아마도 그에게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아내를 이해하는 눈을 얻기 위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관용’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동원된 처용의 다도, 처용 탈이라는 이미저리(imagery)는 관용이란 악하고 약하고 추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말해준다. 절제된 영상, 연출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사유하게 하는 내공이 있는 영화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