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서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김혜정 | 2018| Fiction | Color | DCP | 17min 3sec (E)

SYNOPSIS

배우생활을 그만두고 예술강사일을 하고 있는 남희는 강원도 철원으로 수업을 하러 간다. 하지만 숙소를 잡는 것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까지 어느 것 하나 순탄치가 않다. 어떻게든 할 일을 다 마친 남희는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하지만 어이없게 차를 놓치게 되고 남희는 철원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현실에 부딪혔을 때 도피하려고만 했던 한 인물이 그 반복을 끊고 미미하게나마 한 걸음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35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2018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2018 제6회 Brazil Santos Curta Film Festival
2018 제5회 아시아 대학 영화제

DIRECTOR
김혜정

김혜정

 

STAFF

연출 김혜정
제작 손희승
각본 김혜정
조연출 조령미
촬영 송민승
조명 홍수철
편집 김혜정
음악 유종호
미술 윤규희
출연 팽지인, 최원준

PROGRAM NOTE

남희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부산에 거주하고, 연극배우를 그만두고 예술교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전공이 아닌 영화를 수업한다는 것이다. 사명감보다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조트로프를 조립하는 손길이 무척이나 서툴 다는 것. 그 밖에 우리가 남희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그런데 알 것 같은 기분은 뭘까? 아이들은 남희의 수업에 관심이 없고, 5분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막차는 이미 떠나버렸다. “버스는 5분 일찍 올 수도 늦게 올 수도 있어, 여기는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터미널 관리인의 말처럼, 그렇다. 남희는 잘 못 한 게 하나도 없다. 그저 사는 건, 어쩌면, 어쩔수 없는 일들 견디는 일이니까. 남희는 불편한 친절과 호의를 선뜻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따라가 머뭇거리고, 어색하고 불편해한다. 풍경을 여유롭게 볼 여유 따위가 없다. 지원비 문제로 통화를 하는 그녀는 대놓고 화도 내지 못하고 그저 조금은 거친 숨 내쉴 뿐이다. 그녀는 자꾸만 억울해진다. 그래서일까? 쇠락한 풍경 속에서 간간히 총소리가 들리는 철원이라는 공간도, “선생님 이거 왜 하는 거예요?” 말에 무안해진 남희가 겸연쩍어 뱅뱅 돌리는 조트로프 속의 뜀뛰기 소녀도, 어딘지 남희와 닮았다. ‘철원에서’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핸드헬드와 의도적인 인물 배치에서 오는 불편함은 의외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 한몫하지만 무엇보다도 남희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려는 감독의 고집스러운 시선과 배우의 절제된 연기가 만들 어내는 정중동이다.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감정들이 쌓여갈 무렵 남희가 태안 수업을 거절하고 올라탄 보트가 고석정 물길을 따라 우리를 향해 다가와 화면 왼쪽으로 사라질 때, 예사롭지 않은 마음의 잔물결을 일으킨다.

김중현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