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2008년 2월 25일 박현상씨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변해원 | 2008ⅠDocumentaryⅠColorⅠDVⅠ18min 30sec

SYNOPSIS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박현상씨는 하청업체 폐업을 이유로 해고당한다.
61일째 교통관제 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박현상씨. 눈 오는 밤, 그는 어떤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나.

DIRECTING INTENTION

바람에 흔들리는 철탑에 앉아 그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FESTIVAL & AWARDS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
2008 인디포럼

DIRECTOR
변해원

변해원

2000 <고래의 한 숨>
2001 <物一無紋>
2002 <붉은머리묘목>

STAFF

연출 변해원
제작 변해원, 공정미
촬영 박현상, 강경태, 변해원
편집 변해원
스틸 이정민
출연 박현상
음악 윤성혜

PROGRAM NOTE

이 영화는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지엠대우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다.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은 정규직의 미래이자 일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다. 누울 공간조차 비좁은 농성장이 박현상씨가 세상을 향해 저항하는 장소이다.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해 둘러친 비닐천막 밖은 이와 아랑 곳 없이 돌아가는 듯 하고 그의 고공투쟁은 고립된 섬처럼 떠있다. 카메라 앞에 모든 것이 노출되어있고 밀착되어있으나 절제되어있다. 그 또한 누군가를 향해 말하고 있지 않는듯하다. 그저 자신을 향해 카메라 앞에 서있다. 그래서 그의 말은 때론 어색하다. 흔히 농성장에서 보는 선동도 없고 과격함도 없다. 단지 고독함과 이 싸움을 선택한 답답함이 묻어있다. 카메라는 그런 그와 잠시도 쉬지 않는 비닐천막의 흔들림을 덤덤하게 담아내고 있다.
바깥세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투명 비닐천막은 또 하나의 장막으로 보인다.
다 본 것 같으나 다보고 있지 못한 듯 느껴지게 한다. 비닐천막을 걷어내고 내다보는 세상은 전에 본 세상과 다름을 미묘하게 교차시킨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치열한 싸움의 현장이 아닌 고립된 공간에서 그려낸 이 영화는 많은 암시를 하고 있다. 흔들리는 철탑위에 홀로 있는 그의 모습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연상케 하고 비닐의 흔들림과 24시간 내내 들려오는 소음이 그들의 외침을 묻어가게 한다. 박현상씨의 말들은 우리들의 가슴 속을 향해 들어오고 흔들리는 철탑처럼 모두의 삶이 흔들리고 있음을 비정규직노동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김태일/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