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하류 인생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해외초청: 응답하라 99%

스티븐 맹 | China, USA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87min

SYNOPSIS

중국의 1세대 시민 기자들 중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노트북과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한 이들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뉴스나 사회적인 이슈를 기록해 알리며 독립적인 1인 미디어로서 역량을 쌓아 가는 한편, 점점 강해지는 중국 정부의 검열 규정에 대처하며 정치적인 박해를 피할 방법을 습득해 간다. 영화는 중국 최초의 시민 기자로 알려진 57세의 ‘타이거 템플’과 민감한 뉴스를 중국 전역에 알리는 일을 통해 명성을 얻고 미래의 전망을 찾을 기회를 발견한 27세의 청년 ‘졸라’의 활동을 보여 준다. 세대와 관점은 매우 다르지만, 점점 더 발달하는 개인주의와 사회적 책임, 개인적인 희생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은 졸라와 타이거 템플 둘 다 마찬가지다. 채소 장수에서 인터넷 명사로 성장해 가는 졸라의 여정과 격동하는 중국 사회를 이해하고자 헌신하는 타이거 템플을 통해 21세기 중국과 미디어의 대안적인 초상을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DIRECTOR
스티븐 맹

스티븐 맹

2003 < Little Hearts >

STAFF

감독 Stephen MAING
제작 Stephen MAING, Trina RODRIGUEZ
편집 Stephen MAING, Jonathan OPPENHEIM
촬영 Stephen MAING
음악 Brendon ANDEREGG, Brad HYLAND, Kevin MICKA

PROGRAM NOTE

“내가 사는 곳의 뉴스는 대부분 우호적이다. 그러나 그 뉴스는 쓰레기다. 모든 뉴스가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의 도입부, 어딘가에 키보드로 쳐 넣는 듯 자막으로 뜨는 졸라의 말은 표현의 자유가 제한적인 중국 사회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첨단 기술, 하류 인생>은 점점 강해지는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 아래 주류 매체가 외면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인터넷으로 알리는 두 블로거, 졸라와 타이거 템플의 활동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졸라’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저우 슈광은 채소 장사를 하는 26세의 청년. “별 볼일 없던” 그의 생활은 인터넷을 만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이했다. 개발 광풍에 대책 없는 철거 위기를 맞이한 주룽포 주민들의 현실을 알린 결과 일부가 보상을 받게 했고, 강간 살인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자살로 처리된 여중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등 블로그를 통해 뉴스를 전하는 시민 기자로 이름을 알리게 됐기 때문이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졸라가 발 빠르게 관심 현장을 취재해 인터넷 세대의 구미에 맞는 셀카 퍼포먼스 같은 영상과 가벼운 어조로 뉴스를 전한다면, 중국 최초의 시민 기자로 알려진 ‘타이거 템플’ 장 쉬헤는 더 장기적인 심층 취재가 필요한 이슈들을 주로 다루곤 한다. 57세의 나이에도 먼 길을 찾아가 관료들의 횡령과 도시의 폐수로 피폐해진 농촌의 실정을 알리는가 하면, 경찰이 노숙자들의 집을 부순 사연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새 집을 위한 독자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끌어내기도 했다. 영화 속 자막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중국에서 인터넷 활동으로 수감된 시민은 68명. 사회적 배경도, 세대도, 관점도 다르지만,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채 갈수록 교묘해지는 검열을 피해 중국 사회의 문제들을 알려 내는 타이거 템플과 졸라는 대안적 언론과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1인 미디어 ‘투사’들이라 할 만하다. 특히 농촌, 도시 빈민 등 개발과 경제 성장 만능주의에서 소외된 ‘하류 인생’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의 여정은 현대 중국의 생생한 초상을 보여 준다. 중국 언론의 뉴스 영상과 두 블로거의 관점을 적절히 교차시키는 한편, 무리한 개입을 자제하며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는 미국계 중국 감독 스티븐 맹의 매끄러운 연출도 인상적인 작품이다.황혜림/서울독립영화제2012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