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1989, 수미다의 기억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국내초청(장편)

박정숙 | 2010|Documentary|Color|HD|84min

SYNOPSIS

1989년, 일본 자회사 한국 수미다 전기는 한 장의 팩스로 공장 폐업과 전 직원의 해고를 통지한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은 수미다 일본 본사 앞에서 원정투쟁을 시도한다. 그들은 8개월 동안 수미다 본사 앞에서 해고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벌였고 수천 명의 일본인들이 이 투쟁에 함께 했다. 그때 함께한 일본인들은 오늘까지도 그녀들의 모습을 자신의 삶의 이정표로 삼고 있다. 과연 그녀들의 무엇이 일본인들의 첫사랑이 되어 남아있는 걸까?
이 영화는 20년 전에 있었던 수미다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자, 지금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뜨거운 에너지와 삶에 관한 여행이 될 것이다.

DIRECTING INTENTION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어떤 기억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하기도 하다. 20년 전 수미다 투쟁에 함께 했던 많은 일본인들은 네 명의 한국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살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그녀들을 생각하념 다시 갈아갈 용기가 생긴다고..
20대 초반을 말도 통하지 않은 일본 땅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그녀들... 그녀들의 순수하고 치열했던 8개월이 그곳을 찾아온 일본인들의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감동받았다.
일본인들이 받았던 감동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이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박정숙

박정숙

2003 <소금-철도여성노동자이야기>

2005 <평화를 향한 연대>

2006 <교과서를 생각하는 여행>

2006 <동백아가씨>

STAFF

연출 박정숙
제작 박정숙
각본 배윤경, 박정숙
촬영 류영희
편집 류영희, 박정숙, 배윤경
출연 정현숙, 박성희, 정순례, 김순미 외

PROGRAM NOTE

줄곧 한국 사회의 여성과 노동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박정숙 감독이 이번엔 20년이 넘은 ‘첫사랑’의 이야기를 좇아 현해탄을 건넜다. 불혹 가까이 접어든 중년의 감독에게 바람이라도 난 걸까? 로맨틱한 영화의 제목 탓에 가졌던 감독에 대한 의심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서서히 사라진다. 영화는 다소 낭만적인 제목 뒤로 우리가 등지고 있던 커다란 역사의 순간을 투영하며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시절, 추억으로의 여행을안내한다. 팩스 한 장으로 450명의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일본 전기회사에서 해고 당한 여성 노동자 대표 4명은 일본으로 건너가 7개월 동안 눈물겹게 투쟁했고 결국 퇴직금과 위로금을받아내는 성과를 올린다. 영화는 그들의 뜨거웠던 과거를 회상하고, 이제는 세월이 흘러 가정의 엄마, 직장의 동료, 등산가서 만나는 한 무리의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된 현재의 그녀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 한 구석에 묻어뒀던 20년 전 투쟁을 지지하며 동참했던 현지 일본인들을 찾아간다. 놀랍게도 그들은 아직도 ‘수미다 노조와 연대하는 모임’을 유지하며 그녀들이 던지고 간 커다란 파문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말로 ‘생존권 위협하는 집단해고 철회하라’를 외치고 ‘아침이슬’을 기억하는 그들에게 수미다 투쟁은 ‘첫사랑’의 기억처럼 아름답고 소중했다. 그들은 수미다의 승리를 축하하는 대신 감사했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 당당하게 투쟁하던 수미다 원정 투쟁이오히려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움직이고 국경을 초월한 연대의 사랑을 싹 틔운 것이다. 박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는여전히 투박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의 의미는 여전히 진솔하다. 여성과 노동. 박정숙 감독이 한국 사회를 향해외치고 싶은 그녀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사랑일지 모르겠다.

허욱 / 서울독립영화제2010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