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5회)

새로운 도전

유상곤 | 35mm | 칼라 | 8분 | 1998년 | 우수작품상

SYNOPSIS

노인은 정신나간 딸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한적한 길을 달린다. 갑작스레 소낙비가 내리고 그들은 운동장 옆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노인은 딸의 젖은 머리를 닦고, 물을 먹여주고는 돌아서서 비오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깊은 회한에 젖는다.

DIRECTING INTENTION

순간의 인상을 영화적 형태로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인상 뒤에 수많은 세월과 경험적 가치와 창작적 욕구가 수반된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자유로움으로 전개하려 했다.

FESTIVAL & AWARDS

2000 제2회 세계단편필름페스티벌 한국부문 상영
1999 제15회 함부르크 국제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1999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상영
1999 제25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새로운 도전 부문 우수작품상
1999 인디포럼 99 공식상영작
1999 제21회 도쿄 피아영화제 초청작

DIRECTOR

유상곤

 

STAFF

연출 유상곤
제작 유상곤
조연출 정인화, 조미경
각본 유상곤, 정인화, 조미경
촬영 이병호
편집 유상곤
녹음 이성철
기획 김영조, 백선희
음악 배영호
출연 이갑룡, 정혜경

PROGRAM NOTE

노인은 정신 나간 딸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한적한 길을 달린다. 그들이 어디를 왜 가는가에 대해 우리는 끝까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그들의 답답한 상황을 전해주고 있으며, 또 그 답답한 상황이 노인으로 하여금 달리게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고 부녀는 운동장 옆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노인은 딸의 머리를 닦아주고 물을 먹여주고는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노인의 주름살 깊숙이 그리고 딸의 퀭한 눈동자 속에는 삶의 슬픔이 짙게 배여 있다.
순간의 인상에 대한 영화적 포착, 그것이 이 영화의 탄생 배경이라면, 그 미학은 가치론을 넘어서서 인식론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체온>은 시간에 대한 극단적인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정신 나간 딸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어디론가 달리는 늙은 아버지, 그들은 계속 간다. 그 계속 가는 것은 결코 서사 정보가 아니라 이미지 그 자체로 남는다. 끊임없이 간다. 가는 것을 관객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보여준다. “당신들은 그들이 가고 있다는 것을 봐야한다. 정말 가고 있다니까!” 이렇게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쓸쓸한 풍경이 문제가 아니라, 영상에서 왜곡된 시간을 현재로 끌어들이기, 그럼으로써 이미지를 가슴으로 쑤셔박기인 셈이다. 둘의 불우한 모습은 시간을 타고 흐르고, 인과관계를 무시하면서 논리가 아닌 직관으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주 조용히.
(출처 : 제25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