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숲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장편)

강석필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106min 30sec | 우수작품상

SYNOPSIS

<p align="justify">마을은 조용한 가운데 생기가 넘친다. “안녕하세요?” “안녕, 맥가이버! 안녕, 호호!” 익숙한 별명으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동네 골목을 지나는 감독 부부는 10년 넘게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마을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진 서울 도심에 있는 마을공동체다. 이 생기 넘치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함께 의논하고 힘을 보탠다. “어떻게 하는 게 잘사는 걸까?” 답답한 기성의 틀에 질문을 던지고, 좌충우돌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보태면서 17년이 흘렀고, 성미산마을은 이제 의미 있는 도시공동체로 주목받게 되었다. 2010년, 이렇게 평범한 별종들이 살아가는 마을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한 교육재단에서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개발의 신화가 성미산을 관통하는 순간이었다. 마을의 중심인 성미산이 위태로워지자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인다. 산을 지키는 싸움은 파란만장하지만, 성미산 사람들은 남다르게 풀어낸다. “낡은 가치를 뒤집는 유쾌한 항쟁기!” </p>

DIRECTING INTENTION

<p align="justify"> 지난 10년 동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성미산마을의 주민으로 살면서, 마을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사람을 춤추게 하는 마을의 힘은 무엇인가?” <춤추는 숲>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7년부터 5년 동안 마을 다큐멘터리 3부작을 기획하고, 충실하게 기록해 왔다. 그동안 성미산마을은 많은 매체가 다루었고,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그러나 잠시 스쳐가는 나그네에게 살아 움직이는 ‘마을의 생명력’은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춤추는 숲>에는 마을의 일원이자 관찰자인 사람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마을의 정수’가 담길 것이며, 주민들의 꿈과 열정이 희로애락의 휴먼 드라마로 펼쳐질 것이다. <춤추는 숲>이, 메마른 대도시의 콘크리트 위에 뿌리 내리는,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희망의 노래 한 자락이기를 바란다.</p>

FESTIVAL & AWARDS

2012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강석필

강석필

 

STAFF

연출 강석필
제작 감어인 필름
각본 홍형숙
촬영 강석필, 김자경, 홍형숙, 류재훈, 임재수, 안재민, 조세영, 태준식
편집 이연정, 홍형숙, 강석필
음악 윤성혜
출연 짱가, 꽃다지, 쟁이, 웅이, 강이헌

PROGRAM NOTE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와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오가며 전방위 다큐멘터리 활동가로 명성을 떨쳐 온 강석필 감독. 그의 데뷔작 <춤추는 숲>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기록이다. 강석필, 홍형숙 감독 부부가 살고 있는 성미산 마을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서 다뤄진 도심 속의 공동체 마을이다. 5년 전 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감독은 도시 속 마을 공동체의 소박한 일상의 모습을 기록하고 알리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기록물은 거대한 대항자가 등장하면서 불행히도 거친 투쟁의 드라마로 그 틀을 바꿔야만 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생태학적인 공동체를 꿈꾸던 마을은 산 주변부에 학교를 지으려는 사학재단의 개발 논리와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현 정권 내내 너무나도 친숙하게 봐 온 포클레인과 건설 중장비들의 횡포는 성미산 마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대한 중장비들은 어김없이 평화를 침범해 왔고 이를 막기 위해 성미산 사람들은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시작과는 달리, 점점 투쟁의 과정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칠지 않다. 소박하고 따듯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의 연대와 투쟁의 과정은 성미산을 아이들의 꿈과 감성을 키우는 생태 공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만큼이나 소박하고 사랑스럽다. 이들은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도 하고, 주민 대표를 뽑는 지방 선거에 출마해 보기도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성미산 공동체의 확고한 신념은 눈앞의 싸움에서의 승리에 대한 갈망보다 더 길고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사학재단의 학교 건립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미산 공동체들은 남은 산의 일부분을 생태 공원으로 만들고자 여전히 노력 중이다. 영화는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우리가 낡은 가치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시작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함께 연대하고 유쾌하게 투쟁할 수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이웃으로부터가 아닐까? 

허욱/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