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실 (漆室)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최희현 | 2025 | Experimental | B/W | DCP | 10min (N, K, E)
TIME TABLE
| 11.28(금) | 19:10-20:36 | CGV압구정(신관) ART2관 | GV, 12 |
| 11.30(일) | 11:00-12:26 | CGV압구정(본관) 2관 | GV, 12 |
| 12.3(수) | 15:40-17:06 | CGV압구정(본관) 2관 | 12 |
SYNOPSIS
정약용의 칠실관화설(漆室觀火說, 깜깜한 방에서 그림 보는 이야기)을 읽었을 이들의 지나간 시간을 더듬는다. 자기만의 어두운 방에서 차를 우려내고, 바느질로 잇고, 보자기에 감싸 만들어 낸, 잊힌 영화 한 편을 상상한다.
DIRECTING INTENTION
깜깜한 방에 작은 구멍을 내 빛을 들이면 바깥 풍경의 상이 맺히는 원리, 즉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 말 그대로 ‘어두운 방’을 뜻한다. 그리고 ‘어둡다’를 뜻하는 ‘옵스큐라’를 떼어 낸 오늘날의 ‘카메라’라는 말은 곧 ‘방’을 뜻한다. 사진을 찍거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각자의 방 안에 어떤 그림을 가득 담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시기 동서양 문화권에서 카메라 옵스큐라는 회화를 현실에 더 가깝게 그릴 수 있도록 돕는 밑그림으로 쓰였다. 다산 정약용이 처음 카메라 옵스큐라를 경험한 뒤 쓴 「칠실관화설(漆室觀火說)」 또한 그 상(像)을 하나의 풍경화로 묘사한다. <칠실(漆室)>은 같은 시기 카메라 옵스큐라를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혹은 정약용의 「칠실관화설」을 읽었을지도 모르는, 방 안의 한 여인을 상상한다.
FESTIVAL & AWARDS
2025 제22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코리안엑시즈어워드
DIRECTOR
최희현
2019 종이접기 튜토리얼
2020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
2021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2장
2023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
2024 우리의 동굴
STAFF
연출 최희현
제작 최희현
각본 최희현
촬영 최희현, 김진수
편집 최희현
출연 최희현
PROGRAM NOTE
“방 안을 칠흑같이 깜깜하게 해 놓고, 구멍 하나만 남겨 둔다. 돋보기 하나를 가져다가 여기에 끼운다. 흰 종이판을 가져다가 비치는 빛을 받는다.” 그러면 방 안은 건물 바깥의 풍경을 영사하는 하나의 극장으로 변한다. 물가와 나뭇가지, 꽃 그리고 어느 누각이 만들어 낸 정경이 그려진다. 여기에 새와 자동차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마치 영화와 같은 한 편의 풍경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칠실 (漆室)>은 카메라 옵스큐라 즉, 사진과 영화의 원리를 활용한 초기 광학 장치의 논리를 ‘칠실’이란 정갈한 공간으로 재현한다. 4:3 비율의 흑백 무성 영화 형식은 카메라 옵스큐라와 연관된 초기 영화의 정제된 담백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칠실 안에서 영화를 틀고 있는 한 여성의 침착한 다례, 유유한 바느질, 꼼꼼히 보자기를 싸는 행위가 칠실 속 영사의 절차와 맞물린다. 고풍스럽다. <칠실 (漆室)>은 다산 정약용이 ‘칠실관화설’이란 이름으로 남긴 카메라 옵스큐라 기법을 모티프로 삼았다. 이로써 한 풍경 영화의 조용한 태동을 영화사의 거대한 맥락에 끼워 넣는 담대한 상상력을 펼친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함께 체험하며, 일상에서 지나왔거나 앞으로 만날 수 있는 자기만의 칠실을 되새기길 바란다.
이우빈 / 서울독립영화제202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