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세이션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장편경쟁

김덕중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20min (K, E)

SYNOPSIS

20대 후반 파리에서 함께 유학했던 세 여자. 어느새 그녀들은 30대 후반이 되었으며, 현재는 제각각의 삶을 고민하기에 바쁘다. 세 여자는 과거의 기억을 경유해 오랜만에 불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는데, 이 장난스러운 대화를 통해 더 솔직한 말들을 꺼내 볼 수 있다.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고 빙빙 돌고 있는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 보면 이들 사이에 미묘했던 관계의 순간들이 있었고, 지금은 이걸 추억하는 데만 그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것 같은 남녀는 사실, 어제부터 이어 왔던 오묘한 관계의 연장이다.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게임을 통해 이뤄지는 대화들. 이 둘의 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DIRECTING INTENTION

중년에 들어서는 인물들의 만남과 대화. 그들의 대화에 묻어 있는 각자의 과거, 삶의 불안을 떨쳐 내려는 노력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덕중

김덕중

2016 더 헌트
2019 에듀케이션

STAFF

연출 김덕중
제작 김덕중
각본 김덕중
촬영 오정석
편집 김덕중
동시녹음 전미연
출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송은지, 곽진무

PROGRAM NOTE

제목 그대로 이것은 대화의 영화. 얼마간 지속하는 인물들의 대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이 되고 대화의 장들이 모여 시퀀스가 된다. 말이 오가는 사이 영화는 시나브로 나아가고 가속도가 붙는다. 크게 보면 영화는 은영과 승진이 저마다의 대화 상대들과 나눈 이야기를 하나씩 펼치고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화로 모이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여러 개의 짧은 대화 클립을 이리저리 뒤섞은 듯, 서사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현재의 어느 날과 과거와 대과거는 각각의 역할과 위상을 갖고 수평적, 병렬적으로 배치된다. 시간의 선후를 파악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대화가 진행되는 바로 그 구간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게 관건인 영화다. 과거를 추억하면 즐겁다가도 현실을 직시하면 아득해지고,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웃다가도 놀이를 빙자한 진실 탐문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며, 뼈 있는 진담과 자기 고백 앞에서 주춤대는 말의 시간. 핑퐁처럼 오가는 대화의 주도권과 오르락내리락하는 말의 기세. 신과 시퀀스 사이에는 긍정할 만한 긴장감이 팽팽하고,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 그리고 프레임 안팎을 활용하는 연출의 전략이 빛난다. 데뷔작 <에듀케이션>에서 시도하고 이룬 것을 얼마간 활용하면서도 그것에 기대지 않고 완전히 다른 형식적 도전을 감행한 김덕중의 야심 찬 성취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