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나멘

본선 단편경쟁

정석주 | 2022 | Experimental | Color | DCP | 25min 1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출렁이는 표면. 어긋나서 마주치는 기억들. 간밤에 꾸었던 꿈을 적다가 이 기억의 주인이 누구인지 의심한다. 주체 없는 시선들은 범람하여 거기 있었다는 기억마저 의심케 한다. 이는 실존성이 난파하는 기억 찾기의 여정이다.

DIRECTING INTENTION

꿈을 꾸고 나서 꿈속의 기억이 현실에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헷갈린 적이 있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체험했었던 것인지, 지난 꿈속에서의 기억인지, 유튜브에서 보았던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흔적은 묻어 있었다. 정확히 분기점이 어디부터인지 모르겠는 기억들을 되짚어 본다. 내가 부재한 사운드와 이미지가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한다. 내가 묻은 흔적들이 모양을 잃어 간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정석주

정석주

2019 붕붕
2020 거주자들
2020 유캔네버고홈어게인

STAFF

연출 정석주
제작 정석주
각본 정석주
촬영 정석주
편집 정석주
미술 정석주

PROGRAM NOTE

제목의 ‘클리나멘’은 고대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도입한 용어로 ‘기울어져 빗겨감 혹은 벗어남’을 의미한다. 일종의 ‘경로 이탈’을 주제로 한 <클리나멘>은 어두운 현실을 거울 이미지처럼 굴절해 기괴하고 무섭고 음습한 분위기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실험 다큐멘터리다. 인적 없는 밤의 도로를 라이트에 의지해 제한된 시야 속을 달리거나 조명이 켜진 빌딩이 수면 위에 퍼지듯 비치거나 폐허가 된 교실을 VR 혹은 게임의 시점 숏으로 이동하는 등의 이미지 위로 친구들이 귀신 관련한 무용담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시종일관 흘러나온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반영 혹은 반사 이미지로 <클리나멘>은 이를 통해 그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떠나간 자에 관한 정신적 외상의 기억을 소환하려는 듯하다. 사회의 기본 단위가 되는 관계를 지탱하고 유지해야 할 안전과 인간 가치가 수시로 벗어나거나 경로 이탈함으로써 우리 곁을 떠나간 이들의 흔적은 지하철과 같은 일상적 공간에서 마주하는 갈등의 상황들, 마치 물에 빠져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하는 이미지, 한때 녹음으로 우거졌던 강원도의 산이 대규모로 불타는 장면 등에서 악몽처럼 되살아나 산 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래서 <클리나멘>의 마지막 화면에 떠오르는 문구는 “너희가 아무리 떠들어도 나는 거기 있었어.”이다. 우리는 지금 유령과 살고 있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