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타자를 만나다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단편)

권상준 | 2007|Fiction|DV|Color|18min 30sec | 우수작품상

SYNOPSIS

“9회초 투아웃, 주자 1,3루. 17대 6. 우리가 6이다”
드디어 감독의 부름을 받아 마운드에 오르는 최강의 마무리 ‘투수’.최악의 스코어에서 그는 패전 전문이 아닌 대 역전극의 승리투수를 꿈꾸는데…..

DIRECTING INTENTION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어떤 사람은 10초가 10년처럼 느낄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짧지만 굵은 시간을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투수가 타자를 만나서 공 하나를 던지기 까지 벌이는 수많은 고민, 생각, 상념들. 투수가 과대망상증 환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타자가 그랬듯이 투수가 바로 순간순간 우리 자신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한다.

DIRECTOR
권상준

권상준

2000 < THE SILENT MUSIC BAND >

2004 <종이비행기>

STAFF

연출 권상준
제작 김영룡
각본 권상준
촬영 황정현
편집 권상준, 오병훈
조명 황정현
미술 유제승
음향 박희찬
출연 유병선, 구본진

PROGRAM NOTE

9회초 투아웃, 점수는 17대6, 주자 1, 3루에 등판하는 구원투수. 그는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야만 팀의 9회말 대 역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을 품고 마운드에 오른다. 첫 투구를 준비하는 구원투수. 쉽지 않다. 어떤 공을 어떤 코스로 던질 것인지 결정은 못하겠고, 집중력은 자꾸만 흐트러지기만 한다.
긴장이 가득한 이 숨막히는 순간은 바로 사회인야구의 현장. 이미 승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얼른 9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동네 아저씨 선수들 한가운데 모든 구질을 마스터한채 마운드에 선 구원투수. 요약하자면 영화 <투수, 타자를 만나다>는 어이없는 상황 속의 코메디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그라운드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실마리가 되고자 한다. 게다가 필요이상의 생각과 고민으로 괴로워하고, 그가 마스터해온 각종 야구이론과 다양한 구질은 소용도 없는 것이어서 그 어떤 것 하나도 잘되는게 없는 과대망상증 환자의 짧은 소동을 그린 <투수, 타자를 만나다>. 그러나 이 어이없는 코메디 속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빈틈없는 시스템이 담겨있다. 이쯤에서 <투수, 타자를 만나다>를 관람한 한 ‘과대망상증 관객’의 감상문을 소개한다.
“... (전략)...세상은 이미 가진자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대로 모든게 치밀하게 짜여져있다.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이 정해놓은 몫 이상을 가져갈 수 없으며, 필요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그어진 선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다. 이것은 자기들의 몫이라 생각하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가진자들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고도의 사회안정 시스템.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까지는 알턱이 없기에 그저 열심히 일하고, 이리저리 궁리하고, 걱정하고, 고민한다. 마치 구원투수가 널럴한 야구장의 분위기속에서 필요이상의 진지함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며 커브와 너클볼 그리고 인코스와 아웃코스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볼은 정해진 곳으로 날아가고, 타자는 정해진 스윙을 하게 되듯이 말이다....(후략)”
다시한번 말하자면 <투수, 타자를 만나다>는 과대망상증 구원투수의 어이없는 상황극 코메디다. 우리는 이제 이 영화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반전’을 기다려야 할때다. 기억하자. 17대6, 우리가 6이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0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