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에어컨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이태훈 | 2018 | Fiction | Color | DCP | 25min

SYNOPSIS

판문점에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기 위해 방문한 수리기사,
실외기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휩싸이는데...

DIRECTING INTENTION

'판문점 에어컨'은 이념의 열기와 역사의 아픔이 공존하는 판문점에서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는 수리기사를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들을 비유하고,
총이 아닌 웃음. 열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세대 간 벌어진 남북에 대한 생각과 관심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 ‘우리’, 함께 웃음 짓던 그때 그 시절을 돌이키게 만들고 싶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태훈

이태훈

2011 < Bubble >

2012 <물의 행방>

 

STAFF

연출 이태훈
제작 김주리
각본 양광운, 이태훈
촬영 신동헌
녹음 김기남, 고영춘
분장 김시화
편집 정진용, 김혜진
음악 이효정
미술 김초혜
출연 김철환, 김동혁, 민대식, 황태준, 김민송

PROGRAM NOTE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땡볕 아래, 남과 북의 군인들이 꼼짝도 않고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판문점. 그곳에 고장 난 에어컨을 수리하러 간 기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린다. 고장 난 에어컨이 있는 곳은 UN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군사분계선 위에 세워진 건물이다. 건물의 절반은 남한 쪽에, 다른 절반은 북한 쪽에 속한다. 문제는 에어컨 실외기가 북측 구역에 있다는 거다. 실외기를 고치려면, 문을 열고 북한 쪽으로 나가야 한다. 쌍둥이 딸들의 분윳값을 벌어야 하는 민간인 수리 기사는, 건물 안에서 나갈 수 없는 남측 경비 대가 붙잡은 밧줄을 허리에 매고, 북측 경비대가 관심 어린 눈초리로 지켜보는 가운데 실외기를 손보기 시작한다.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조인된 후 판문점은 남과 북의 공동경비구역으로서 휴전을 관리하는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 남북한 당국이 서로 접촉하고 회담을 하거나 남북을 왕래하는 통과 지점으로도 쓰였다. 휴전(休戰)이 65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말은, 65년이라는 유례없이 긴 시간 동안 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는 말과 같다. 판문점은 교전이 벌어지지 않도록 휴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장소인 동시에, 70년 동안 고착된 분단과 대치 상황을 말없이 지켜봐 온목격자이자 산증인이기도 한 셈이다. <판문점 에어컨>은 UN군에 의해 설치된 낡은 에어컨을 남북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간인이 수리한다는 설정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을 둘러싼 아이러니한 현실들을 드러낸다. 의미심장한 대사들과 긴장감 넘치는 진행 속에, 미국이 만든 에어컨 실외기 안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부속이 발견되는 등 날카로운 풍자도 잊지 않는다.( 실제로는 판문점에 설치된 에어컨은 삼성 제품이라 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 주듯, 군사적 정치적 힘겨루기와 함께 지속되어 온 분단 상황에서 희생자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부디 남북 양쪽으로 열린 문을 통해 바람이 불어오길,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온갖 답답하고 막힌 것들을 쓸어가 주길 바라고 싶다.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