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장편 쇼케이스

임흥순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75min 29sec (KN, E)

SYNOPSIS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가 입맞춤한다. 축하하는 하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영화인 A에게 친구 B는 여태 몰랐냐며,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했다. 그 순간 A는 꿈에서 깨어난다.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고, 세상은 새로운 삶을 향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항해한다.

DIRECTING INTENTION

COVID-19는 현재 진행 중이다. 자연이 주는 마지막 경고, 일상의 종말, 산업혁명 이후 기술과 발전의 끝에 서 있다고 자책하지만, COVID-19는 이러한 인간의 자책과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벼랑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 영화는 백신과 치료제에 매달리고 있는 현재 우리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 가치 없다고 생각했던 것, 드러내기 싫었던 것들에 대한 반성과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참혹한 현실의 같은 배를 타고, 같은 꿈을 꾸고 있을 전 세계의 영화, 문화, 예술 관계자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꿈꾸는 미래를 향한 ‘보이스 코러스’이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임흥순

임흥순

2014 위로공단
2019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2020 좋은 빛, 좋은 공기

STAFF

연출 임흥순
제작 김민경
각본 임흥순
촬영 9개국 영화산업 종사자
편집 이학민
음악 정나래
출연 9개국 영화예술 종사자

PROGRAM NOTE

포옹은 내가 아닌 타인의 육체를 촉감하고 친밀감을 주고받는 행위이지만, 팬데믹 시대에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안온함은 불안감으로, 당연했던 연결은 허락되지 않는 것으로 뒤바뀐다. 감독의 고백처럼 외부 세계와의 연결은 아예 일종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포옹>은 이 같은 꿈에서 출발해 현실을 감지해 나가려는 노력의 결과다. 혹은 의문에서 출발해 하나의 해답에 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임흥순 감독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전 세계의 영상예술업계 종사자들이 바라보고 있는 ‘현재’를 하나로 엮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는 창작자의 욕망이 투명하게 돋보이는 미학적 탐색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모자이크로 엮어 낸 총체가 점차 동시대라는 하나의 그림을 그려 나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단절과 폐쇄의 시대에 9개국에서 날아든 영상들이 그 어느 때보다 연결의 감각을 분명하게 전달한다. 현재를 기록하려는 예술가들의 카메라는 섣부르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여기에 우리의 일상과 예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말한다. 고통의 서술보다는 지금을 통과하며 미래를 가늠해 보려는 작은 시도들이기에 인상적이다. 거기엔 인간과 함께하는 자연의 풍경이, 인류의 탄식과 작은 기쁨이, 예술의 이유가 공존한다. 불안과 불확실성만이 아득한 이 시간이 지난 이후 영상 언어는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예술은 어떤 존재로 인간의 곁에 남을 것인가. <포옹>은 그 의문에 하나의 답이 되고자 한다.

이은선 /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