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강은 흘러라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초청

강미자 | 2008ⅠFictionⅠColorⅠHDⅠ77min30sec

SYNOPSIS

숙이와 철이는 중국 조선족 제2고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 공부도 잘 하고 남들 돕기도 잘 하는 바른 학생들이다. 두만강변에 사는 둘은 두만강처럼 늘 푸르게 살자고 다짐한다.
철이 어머니 수연은 일로 굳어진 당당한 육체를 가진 여인이다. 철이 아버지 석룡과 연애할 때 두만강처럼 늘 푸르러 비좁고 옹졸한 인간이 되지 말자고 맹세한 그녀지만, 주변 다른 여인들처럼 어느날 도둑배를 타고 한국으로 간다.
철이는 어머니가 한국에서 일해 보내준 돈으로 오토바이와 핸드폰을 산다. 철이는 이때부터 숙이와 약속한, 두만강처럼 늘 푸르게 살자고 한 청춘의 약속을 저버리게 된다. 숙이가 학급 반장인 룡호와 친해지는 것을 본 철이는 제정신이 아니다. 끝내 룡호를 폭행한 철이는 숙이에게 호된 질책을 받는다. 숙이의 호된 질책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 철이는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을 오른다. 한국으로 가지만 꼭 돌아오겠다고 한 수연이 훈춘으로 돌아가겠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그러나 수연은 한국에서 엉뚱한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석룡과 철이가 수연을 기다린다. 수연 언니는 제 우상이라고 외치는 숙이도 수연을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모든 텍스트는 세상에 말 걸기를 벗어날 수가 없을 거예요. 영화도 마찬가지이겠죠. 우리네 아이들이 갇혀 있어요. 당연히 꿈도요. 삶은 그렇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옹졸한 것이 아니라고, 영화로 말하고 싶었죠. 푸른 강은 흘러라! 골방과 무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들을, 탁 트여 막힌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는, 저 드넓은 대양, 바다로 데려가고 싶어요. 아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 청춘과 자유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게 하고 싶어요. 비극일지라도 말예요.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강미자

강미자

1998 <玄牝(현빈)>

STAFF

연출 강미자
제작 매직드림
각본 이지상
촬영 김우형, 이지상
편집 강미자
조명 선환영
음향 한철희
출연 김예리, 남철, 임선애, 류선영

PROGRAM NOTE

“푸르름은 낭만이야”, “푸르름은 광대무변이지”, “그것은 숙원의 약속이고”, “그것은 옥같은 고백이지”. 영화 속 주인공 순이와 철이는 채팅을 통해 이와 같은 대화를 주고 받는다. 감독은 이 대사를 오프닝에서 두 번이나 반복한다. 영화는 푸르른 청춘을 이렇게 존중하고 찬양하면서 시작된다. 중국 연변에서 촬영된 강미자 감독의 첫 번째 장편 <푸른강은 흘러라>는 순박하면서도 강렬하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연변 소년, 소녀들의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 뒤에 묵묵히 집안 일을 돌보는 철이의 아버지와 한국으로 돈벌러 떠난 철이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소년, 소녀들의 모습에서 강건함과 싱그러움 그리고 청춘의 부유하는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연변의 학교 풍경은 언뜻 낯설어 보이기도 하지만, 꿈을 가진 소년 소녀들의 모습만큼 풋풋하고 푸르르다. 청춘들이 꿈을 꾸어야 하는 학교 모습이 필경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들에게도 젊음의 욕망이 존재한다. 학교에 나오지 않고, 피씨방에서 밤을 지새우는 소녀들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가 먼 한국땅에서 감당하기 힘든 노동으로 번 돈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철이가 있다. 오토바이를 얻게 된 철이는 절친한 친구인 숙이와도 멀어진다. 그렇게 자유롭게 질주하는 청춘을 위해 어머니는 인간의 노동을 업신여기는 한국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천박한 풍요로움은 그렇게 주변 나라의 가족들과 청춘들에게도 희망보다는 좌절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청춘들은 곧 반성한다. 잠시 멈추어 방황하던 청춘은 대해로 흐르는 푸른 강처럼 백두산에서 두만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영화는 바다로 흐르는 고요하고 큰 물줄기처럼 그들의 삶을 순하면서도 묵직한 결기로 담아내고 있다. 중국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한없이 가볍거나 지나치게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켰던 기존 한국의 청춘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청춘영화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 삶의 헛된 풍요로움을 부끄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08 집행위원장